[신간] 억눌린 남성을 위한 감성수업 `남자의 클래식`

"남자가 뭐 그래" 라는 말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표현이다. 메마르고 투박한 감정상태가 단단하고 이성적인 것, 감정을 드러내고 솔직한 남자는 경박하고 가벼운 사람이라고 오해받아 왔다.

지휘자이자 바리톤, 음악칼럼니스트인 안우성은 메마른 감정으로 마음을 닫은 채 외로워하는 남자들에게 음악과 삶을 권한다.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의 삶을 통해 감정을 어루만지는 방법을 남자들에게 제시한다."음악은 우리를 산책으로 이끌고 사색으로 인도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슬프면 슬픈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내 감정에 충실하게 사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 상처에도 무뎌져 버린,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어둠에서 구원해주는 것도 음악이 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 안우성은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영국, 이탈리아, 독일의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했으며 뮌헨 국립 오페라단 등 독일 최고의 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한 바리톤이다. 유럽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동안 그는 감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정화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다양한 감정에 대해 신사답게 얘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으며 지식을 알아가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오래 전 음악가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곡을 듣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했을 때 저자가 느끼는 희열과 만족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 희열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저자는 말한다."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도 반응하지 못하는 건 감정의 나사 하나가 고장 났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감정 수업이 필요하다. 감정을 배우는 데 있어 음악이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음악가가 경험한 음악가들의 이야기

그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여러 음악가를 만났다. 낭만의 세계로 타인을 인도하고 순간순간을 작은 감동으로 채울 수 있는 남자가 진정한 젠틀맨이라는 걸 알게 해준 지도 교수님, 친절이 최고의 매너라는 걸 깨닫게 해준 플라시도 도밍고, 일상 속 일탈을 통해 스스로 즐길 거리를 찾고 여유를 찾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오페라 코치 마크 로슨, 지휘자의 역할과 카리스마에 대해 생각하게 한 정명훈과 켄트 나가노, 금세기 최고의 오보이스트이자 누구보다 소탈한 소년의 모습으로 저자를 감동시킨 하인츠 홀리거 등. 그가 만난 음악가들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브람스, 카루소, 카살스 등 클래식 역사에 획을 그은 음악가, 연주가들의 스토리를 통해 그들의 음악적 정서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픈 대가의 태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높은 경지에 오른 음악가들은 엘레강스하다. 무대에 오르는 게 일상인 그들의 태도에 군더더기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면 때문인지 음악계의 대가들 대부분은 고상해 보이는 한편 도도하거나 차가운 인상을 주기도 한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중략) 이렇게 무대 위에 서면 `타인의 시선에 의한 자기 객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쉽게 말하면 남의 눈으로 초라한 자신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태도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고, 궁극적 아름다움은 화려함이나 과장이 아니라 불필요한 행동을 덜어낸 간결함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대가의 우아함 또는 친절함` 중에서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아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은 모든 남자의 바람이다. 그러나 에너지를 헛되이 소진하지 않으려면 여유의 시간을 통해 `깨어 있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생상스를 통해 깨닫게 된다. 비록 허덕이며 쫓기는 삶이라도 `못 놀면 죽는다`라는 다짐으로 여 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바쁨 그 자체가 아니라 `즐기는 삶`이었음을 상기하며 말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위대한 대작곡가의 소탈한 음악을 더 사랑한다. 아마 이러한 사실을 진작 생상스가 알았더라면 더 많이 놀면서 더 유머러스한 작품을 많이 남기지 않았을까? - `당신이 바쁘게 사는 이유` 중에서

▲ 음악을 아는 남자, 외롭지 않다음악가들의 스토리를 통해 저자는 `내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게 나를 돌보는 가장 중요한 행위`임을 강조하고 있다. 머리는 이성, 가슴은 감정, 몸은 행동력이라고 봤을 때 현대인의 이성과 행동력은 이미 과잉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거나 몸 관리를 위해 PT를 받으면서 끊임없이 노력도 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감정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누가 그리워서 만나고 싶은지, 누구와 산책하며 대화하고 싶은지 내 진짜 욕구에도 귀를 기울이라고 말이다. 감정이 메마른 삶은 불행한 삶이다. 내가 원하는 걸 알고 내가 무엇에 감동받는지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

"감정도 발달한다. 음악이나 미술, 영화 같은 사색 거리를 찾아 그것을 향유하고 또 언어를 통해 구체적 감상으로 표현했을 때 검정도 성숙하고 세련되어진다."

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진지한 것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음악을 일상으로 들인다면, 그런 사회라면 감정을 틀어막고 살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감정 단절을 겪고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원활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 남자의 감정에 진지하게 소통할 기회를 갖자고 말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남자들이 많아지고 격의 없이 솔직한 소통이 가능해지면 각자 지닌 외로움도 덜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 예술을 예술로 즐기기 위해

클래식을 좀 안다는 애호가들도 음악을 들을 때면 유독 기술적인 면을 많이 본다. 마치 김연아의 트리플 악셀을 보듯 그 전체를 예술로 보지 않고 기술의 성공 여부를 따진다. 누가 얼마나 소리를 길게 내고 특출난 기술을 보여주는지만, 결정적인 하이라이트 순간만 눈여겨본다면 예술을 예술로 즐길 수가 없다. 에서는 음악 안에 감동받을 만한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 것들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패턴을 읽어낼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면 음악 감상의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자의 클래식`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되었으나 남자들만을 위한 음악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감정 단절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 `신전의 횃불을 지키는 사제` 처럼 클래식 음악이 고상한 가치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어온 클래식 애호가들, `음악의 쓸모`에 대해 알고 싶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글과 음악을 소개한다. 합창단 지휘자로, 클래식 음악 강연자이자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최고의 무대에서 활동한 음악가 특유의 경험을 살려, 보통 사람들과 나누고픈 철학적 사유를 기록했다.
▲ 지은이 안우성

독일과 영국에서 켄트 나가노 등 세계적 지휘자와 함께 솔리스트로 활동한 바리톤.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 음대 석사 과정,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후 독일, 이탈리아, 영국에서 오페라 , , 등에 주역으로 출연했고, 독일에서 전곡 독창회와 다수의 오라토리오 독창자로 협연했다. 움베르토 조르다노 국제 콩쿠르, 루체로 레몬카발로 국제 콩쿠르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 영국 오페라센터에서 주관한 `영 아티스트`에 선발되어 유럽연합장학금을 수상하고 영국에서 활동했다. 독일 국영 TV 방송국 오케스트라와 독창 음반 제작, 독일 뮌헨 국립 오페라단 오펀스튜디오 전속 솔리스트, 독일 프라이부르크 오페라단 객원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클래식 아카데미 `클래식 월담`, 사회인 혼성 합창단 `오싱어즈` 음악 감독 등 보통 사람들의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클래식이 개인의 삶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글을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해 왔다. 대한항공, 차움 등의 초청 강연과 MBC `사색의 공동체 스미다` 강연, 문화일보 `이 남자의 클래식` 칼럼 연재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과 인문학의 접점을 모색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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