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찍다 200년 된 조각상 파손 관광객 잡았다…코로나 방역지침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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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침에 따라 방문객 신원 기록이탈리아 박물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다가 유명 조각상을 파손한 오스트리아 관광객의 신원이 확인됐다.
박물관 측, 복구비용 지불할 것 제안
5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관광객은 오스트리아 북부 도시 아이스테르스하임에서 온 50세 남성으로, 그는 지난달 31일 사진을 찍을 당시 모델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려고 비스듬하게 눕다가 조각상의 발가락을 파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박물관과 수사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모든 방문객을 기록한 덕에 이 관광객의 신원을 금방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이 파손한 조각상은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트레비소 외곽에 있는 안토니오 카노바 박물관에 전시된 조각상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로, 19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인 보르게세 가문에 시집온 나폴레옹의 여동생 파올리나 보르게세가 모델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08년경 석고로 제작됐으며, 신고전주의 양식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1757∼1822)가 제작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힌다.당시 현장에서 찍힌 CCTV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진 촬영을 마친 뒤 자신이 작품의 발가락을 부러뜨렸다는 사실을 알아채고선 곧바로 떨어져 나간 발가락을 제자리로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조각상 앞을 어슬렁거리다 현장을 떠났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관광객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고는 겁을 먹은 것 같다"며 "관리자를 부를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의 아내는 이탈리아 경찰의 연락을 받고선 울음을 터뜨렸고 가해자가 자신의 남편이라고 인정했다. 박물관 책임자인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해당 남성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에게 복구 비용을 지불할 것을 제안했다.다만, 복구 비용 부담과는 별개로 문화유산 파손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