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합법화됐지만…'셜록'도 보험사기·교통사고 조사만? [라이브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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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조 규모 시장, 1만5000여명 일자리 창출 기대감
현실은 신용정보법만 개정…한국판 '셜록' 갈 길 멀어
민간 자격증만 27개…"공인탐정 도입해 교통정리 해야"
연 1조3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리고 1만50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한국판 '셜록', 탐정 시장이 활성화됐을 경우를 예측한 연구 결과 자료다.
지난 5일 대한민국에서 사설탐정이 합법화됐다. 외국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셜록 홈스가 국내에도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 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탐정이 합법화되기 전까지는 '민간조사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다.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 탐정업을 도입하면 연 1조3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리고 1만5000여 명의 고용이 창출될 전망이다.
단 이 같은 기대감이 단기간 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선 탐정 합법화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실효성에선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다.이번 합법화로 간판에 '탐정'을 넣고 명함도 팔 수 있어 그야말로 탐정이 공식 직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진짜 탐정은 아직 대한민국에 탄생하지 않았다.'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으로 탐정 명의 영업은 가능해졌지만, 민·형사 사건에 대한 증거수집 활동이나 잠적한 불법행위자 소재파악 등은 여전히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같은 내용을 의뢰할 경우 의뢰인도 교사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탐정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실종 가족 찾기 △소송자료 수집 대행 △보험사기 조사 서비스 의뢰 △교통사고 사고조사 등이다. 민간조사사들이 기존에 해왔던 업무다. 기존에 민간조사사가 하는 업무를 넘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에도 여전히 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 관계자 : 법 개정으로 그동안 '탐정'이라는 명칭 사용을 금지하던 조항이 삭제됐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탐정의 업무로 여겨지는 민·형사 사건의 증거수집 활동, 잠적한 불법행위자의 소재파악 등은 여전히 제한된다.
민간 자격증 27개 혼재…교통정리 필요성 대두
경찰청에 따르면, 민간조사(탐정) 관련 민간 자격증은 27개가 등록돼 있으며 이 중 실제 발급 중인 자격은 4개다. 해당 탐정 관련 자격증들은 모두 민간 자격증으로 국가 공인 자격증은 없다.정부 차원에서도 '공인 탐정'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는 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탐정 시장에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부터 자격증 없이도 사무소를 개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탐정 간판을 달고 영업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 같은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탐정 시장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인 탐정' 도입을 위한 제도적 입법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상철 대한민국탐정협회 상임회장 : 아직까지 탐정 시장이 자리잡기 위한 입법이 부족한 상태다. 혼재하고 있는 민간 자격증들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공인 탐정제도 도입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장 : 민간 자격증 시스템으로 가다 보면 허위 광고 등 우려가 나올 수도 있 실정이다. 합법화를 통해 장족의 발전은 했지만 향후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대한민간조사협회 관계자 : 업계에서도 자격증 등 문제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 탐정 관련 문의 전화는 많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