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참모진 전격 사의, 국정 대전환 마지막 기회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비서실 소속 청와대 수석비서관 5명도 물러날 뜻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괄 사의 표명은 노 실장, 김조원 수석 등의 다주택 보유와 처분 과정을 둘러싼 잇단 잡음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참모 중에는 사의를 밝힌 김조원 김거성 김외숙 수석을 포함, 총 8명이 여전히 다주택 상태다. 노 실장은 여론의 비난에 서울과 청주 아파트를 모두 처분했다.정부가 다주택자를 사실상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징벌적 과세와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와중에 정작 청와대 참모 중 다수가 다주택자로 남아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도 그래서다. 따라서 이들의 사의 표명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비서진의 일괄 사의가 ‘국면전환용’으로 계산된 것이라면 곤란하다. 잇단 부동산 정책 실패로 여당 지지율이 최근 야당과 거의 같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까지 등장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 일부 개편으로 성난 민심을 잠시 달랠 요량이라면 큰 착각이다.

지금 국민이 쏟아내는 분노는 부동산 정책 때문만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검찰개혁, 대북정책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들이 빚어낸 총체적 난국에 대해 누적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간간이 부분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해왔지만 한번도 근본적인 정책기조를 바꾼 적이 없다. 여론 무마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청와대 정책실장이 두 번 바뀌었지만 주요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질은커녕 ‘최장수 국토부 장관’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동안 여당의 포퓰리즘과 각을 세우는 듯하던 경제부총리도 최근에는 부동산 때려잡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장관과 참모들이 그대로 있는데 다주택 참모들 몇 명 바꾼다고 달라질 건 별로 없을 것이다.

부동산 등 국정기조 전반에 대대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념과 아집이 아닌, 시장과 기업이 살아 숨쉬고 뛰게 만드는 정책이라야 한다. 환골탈태 수준의 정책 라인 쇄신 인사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잘못된 것은 모두 이전 정부와 언론 탓으로 돌리는 식으로 언제까지 국민 눈과 귀를 가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