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가 시킨 짓 아니라면 그런 곳에 누가 뛰어드나"

청원인 "수문 열면 집도 빨려 들어가, 작업 지시 상식 밖"
춘천시 "우리는 지시한 적 없다"
실종자 측 "통화기록과 문자 있다"
의암댐 실종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7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경강대교인근에서 사고 경찰정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슬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강원도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사고 사망자 딸로 추정되는 이가 사고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6일 의암댐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던 배가 전복되면서 8일까지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춘천시는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와 관련해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 책임회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청원인은 "춘천시가 시킨 짓이 아니라면 그런 곳에 누가 뛰어드나"라고 반발했다.

청원인은 "아빠는 나이에 비해 젊으신 편이시며 건강하신 편이었다. 아빠와 지냈던 날들 아빠와 했던 대화. 이젠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게 됐다"고 했다. 청원인은 "그날 강을 보니 물살이 너무 거셌다. 수문까지 열려 있었는데, 그 상황에 조그마한 배를 타고 들어가 일을 하다니 말이 되냐"며 "수문이 열리면 집 한 채도 빨려 들어갈 정도라고 한다. 말도 안 되고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청원인은 "춘천시에서 시킨 짓이 아니라면 그곳에 누가 뛰어드나. 여러분이라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위험한 곳에 뛰어 들어가시겠나"라며 "시킨 적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빠의 억울함이라도 꼭 풀어드리고 싶다. 아니 우리 아빠 살려 놓으라"고 했다. 춘천시는 사고의 단초가 된 수초섬 고정 작업 지시의 책임을 실종된 이모 주무관(32)에게 미루고 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전날(7일) 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자력 탈출한 안모(60)씨에게서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했다.

또 "담당 팀장이 '떠내려가게 내버려 두라'고 지시했지만 작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담당 공무원은 실종된 이 주무관이다. 이 주무관이 단독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데리고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주무관은 팀의 막내였으며 사고 당일은 아내 출산으로 인한 휴가 중이었다. 이 주무관은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섰다가 생후 50일 된 자녀를 남기고 실종된 상태다.

실종자 가족들은 블랙박스 녹음 내용 등을 공개하며 "휴가 중에 직속상관의 명령을 무시하고 혼자서 경찰선과 환경감시선을 동원하고 기간제 노동자 5명까지 불러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문재인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인사다.
사고 전 의암호의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의 모습. 사진=뉴스1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