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평생 이런 일은 처음"…호수로 변한 시가지서 보트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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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제방 무너져 구례읍·간전면·토지면·마산면 물에 잠겨
짐도 챙기지 못하고 학교로 대피, 보급 담요에 몸 의지 "육십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39년 전 태풍으로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을 때보다 더해요.
"
남부 지방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마을을 감싸며 고요히 흐르던 섬진강 하천은 금방이라도 범람할 듯 거센 물살을 내뿜었고 수변 공원과 자전거도로는 흙탕물에 잠겨 자취를 감쳤다.
2∼3층짜리 건물이 빼곡한 구례 5일 시장 거리는 걸어서는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잠겨버렸다.
얕은 곳은 성인 허벅지 높이지만 가슴까지 푹 빠지는 곳도 있어 소방대원들이 빨간 보트를 이용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보트가 지나갈 때면 숙박업소나 상가 건물 위층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투명한 비닐봉지 하나를 움켜쥐고 보트에 오른 정모(63·여)씨는 "2층에 살아서 안전할 줄 알았는데 밤에 비가 더 온다고 해서 지나가는 보트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다급하게 나온 듯 정씨의 봉지에는 가벼운 옷가지와 소지품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작은 가방이 무질서하게 구겨져 있었다. 정씨는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다.
황당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SUV 차량을 몰고 침수 지역을 둘러본 김모(58·남)씨는 "1981년 태풍 아그네스(사망 및 실종 139명) 때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는데 그때도 이 정도로 마을이 물에 잠기지는 않았다"며 혀를 찼다.
김씨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 둑이 무너지면서 읍내로 물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운동화가 젖는 수준이었던 땅이 어느새 성인 허리까지 물이 찼고 한 아파트는 1층 출입구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잠겼다.
순천∼남원 간 도로인 구례읍 서시1교는 대형 싱크홀이 생긴 것처럼 도로가 푹 꺼져 통행이 제한됐다. 구례고등학교와 구례여중 등 구례 8개 면 11곳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귀중품을 챙길 새도 없이 몸만 나온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50여명이 모인 구례고 대피소에는 여행용 가방 하나에 짐을 챙긴 일부 젊은 가족도 있지만 대피 인원의 70%에 달하는 노인들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해 현장에서 보급하는 담요에 몸을 의지했다.
사람들은 몸을 피했지만 가축들은 불어나는 물을 미처 피해지 못해 폐사하기도 했다. 오산 정상에 있는 구례 사성암에는 물난리를 피해 산으로 올라온 소 떼 10여마리가 이곳에 머물다가 주인의 인솔하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서시천 제방과 가까이 있는 구례읍 양정마을의 소들은 제방이 무너지면서 집단 폐사하는 피해를 당했다.
박상선(41) 씨는 "소 50마리를 키우는데 갑자기 물이 불어나 전부 폐사하게 됐다. 500마리를 사육하는 이웃 축산농가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안다"며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짐도 챙기지 못하고 학교로 대피, 보급 담요에 몸 의지 "육십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39년 전 태풍으로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을 때보다 더해요.
"
남부 지방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마을을 감싸며 고요히 흐르던 섬진강 하천은 금방이라도 범람할 듯 거센 물살을 내뿜었고 수변 공원과 자전거도로는 흙탕물에 잠겨 자취를 감쳤다.
2∼3층짜리 건물이 빼곡한 구례 5일 시장 거리는 걸어서는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잠겨버렸다.
얕은 곳은 성인 허벅지 높이지만 가슴까지 푹 빠지는 곳도 있어 소방대원들이 빨간 보트를 이용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보트가 지나갈 때면 숙박업소나 상가 건물 위층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투명한 비닐봉지 하나를 움켜쥐고 보트에 오른 정모(63·여)씨는 "2층에 살아서 안전할 줄 알았는데 밤에 비가 더 온다고 해서 지나가는 보트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다급하게 나온 듯 정씨의 봉지에는 가벼운 옷가지와 소지품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작은 가방이 무질서하게 구겨져 있었다. 정씨는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다.
황당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SUV 차량을 몰고 침수 지역을 둘러본 김모(58·남)씨는 "1981년 태풍 아그네스(사망 및 실종 139명) 때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는데 그때도 이 정도로 마을이 물에 잠기지는 않았다"며 혀를 찼다.
김씨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 둑이 무너지면서 읍내로 물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운동화가 젖는 수준이었던 땅이 어느새 성인 허리까지 물이 찼고 한 아파트는 1층 출입구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잠겼다.
순천∼남원 간 도로인 구례읍 서시1교는 대형 싱크홀이 생긴 것처럼 도로가 푹 꺼져 통행이 제한됐다. 구례고등학교와 구례여중 등 구례 8개 면 11곳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귀중품을 챙길 새도 없이 몸만 나온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50여명이 모인 구례고 대피소에는 여행용 가방 하나에 짐을 챙긴 일부 젊은 가족도 있지만 대피 인원의 70%에 달하는 노인들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해 현장에서 보급하는 담요에 몸을 의지했다.
사람들은 몸을 피했지만 가축들은 불어나는 물을 미처 피해지 못해 폐사하기도 했다. 오산 정상에 있는 구례 사성암에는 물난리를 피해 산으로 올라온 소 떼 10여마리가 이곳에 머물다가 주인의 인솔하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서시천 제방과 가까이 있는 구례읍 양정마을의 소들은 제방이 무너지면서 집단 폐사하는 피해를 당했다.
박상선(41) 씨는 "소 50마리를 키우는데 갑자기 물이 불어나 전부 폐사하게 됐다. 500마리를 사육하는 이웃 축산농가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안다"며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