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울린 키움의 '택배 송구'…"한 점도 주기 싫었다"

키움 히어로즈가 보여준 두 번의 '택배 송구'가 LG 트윈스를 울렸다.

키움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홈 경기에서 LG를 5-1로 꺾었다. 에릭 요키시의 6이닝 무실점 역투와 박병호의 쐐기 2점 홈런도 승리를 이끌었지만,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키움의 견고한 수비가 더욱 빛난 경기였다.

요키시는 1회초 1사 2루에서 채은성에 안타를 맞았다.

주자는 발 빠른 오지환이었기 때문에 실점 위기였다. 그러나 중견수 박준태의 정확한 홈 송구에 오진환은 홈에서 아웃을 당했다.

류중일 LG 감독이 비디오판독으로 세이브 여부를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느린 화면으로 박준태의 날카로운 송구만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박준태가 던진 공은 마운드 근처에서 한 차례 바운드된 뒤 포수 박동원의 글러브에 정확히 들어갔고, 슬라이딩하는 오지환은 홈에 도달하기 전에 태그당했다.

2회초와 4회초에는 2루수 김혜성의 수비가 빛났다.

김혜성은 2회초에는 왼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타구를, 4회초에는 오른쪽으로 빠지려고 하는 타구를 날렵하게 잡아내 LG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를 두 번 절망하게 했다.
수비 도움을 듬뿍 받은 요키시도 직접 호수비를 보여줬다.

요키시는 5회말 1사 1, 2루에서 홍창기의 직선타를 직접 잡은 뒤, 1루 송구로 주자 정주현까지 아웃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5-0으로 달아난 8회초, LG는 2사 1, 2루로 추격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김현수가 우전 안타로 타점을 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익수 이정후가 원 바운드 송구로 홈 보살을 잡아냈다.

주자 홍창기가 홈을 밟기 전에 이정후의 송구가 박동원의 글러브에 정확히 배달됐다.

LG는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고서야 점수를 냈다.

9회초 라모스의 솔로포로 영패를 겨우 면했다.

손혁 키움 감독은 "경기 초반 박준태와 김혜성이 좋은 수비를 해줘서 요키시가 승리할 수 있었다"며 수비를 칭찬했다.

이정후는 박준태의 호수비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1회에 준태 형이 먼저 잘해줘서 우리가 앞설 수 있었다.

8회에 점수를 줬더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저에게 공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날아와서 미리 생각했던 대로 좋은 송구를 했다"며 "한 점도 주기 싫었다"고 수비 욕심을 드러냈다. 이날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도 올렸던 이정후는 "적시타보다 보살할 때 기분이 더 좋다"며 "점수를 내는 쾌감보다 지키는 쾌감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