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내가 기증한 교복이 누군가에게는 희망…10년째 교복 나눔

두드림 교복센터 정경호 사무처장…민간 주도 나눔시스템 최초 도입
수거부터 분류·세탁·다림질까지…저소득층에 7∼8천장 이상 지급
"나눔 교복에 왜 태그(상품 꼬리표)가 있는지 아십니까?"
부산진구 서면에 있는 교복 나눔 사회적기업 두드림 교복센터에 들어서자 상쾌한 섬유유연제 향기가 났다. 이곳은 기증받은 교복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다림질해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나눠주거나 일반인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이다.

부산 300여개 학교 교복 수만벌이 학교와 사이즈별로 분류돼 있었다.

특이한 점은 분명히 헌 교복인데 태그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정경호 두드림 교복센터 사무처장은 "저소득층 학생이 이곳을 찾아 교복을 골라 갈 때 헌 옷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을 가져간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일일이 태그를 부착한다"며 "무상 교복을 지급받는 아이들이 복지단체를 찾는 것이 아니라 교복 가게를 찾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해 자존감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2011년 두드림 교복센터를 만들어 10년째 교복 나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애초 사단법인 희망을 여는 사람들에서 저소득층에게 새 교복을 사주는 운동을 했던 정 사무처장은 더 많은 학생이 무료 교복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 고심 끝에 교복 나눔 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교복 나눔 운동이 곳곳에서 열리고는 있었지만, 기존 방식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보통 학교나 구청 등지에서 바자 형태로 교복 대물림 행사가 열렸는데 새 학기를 앞두고 연중 한차례 정도 열리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상태가 좋지 못한 교복도 많고 큰 강당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 종종 그곳을 찾는 저소득층은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교복을 기증받아 깨끗하게 세탁한 뒤 다림질까지 해 저소득층에게 나눠주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정 처장은 두드림 교복센터를 만들어 교복 나눔 시스템을 구축했다.

민간 비영리 단체가 교복 수거부터 세탁, 지급까지 교복 나눔 시스템을 만든 것은 전국에서 최초였다.
정 처장과 직원들은 한해 수천벌의 교복을 수거해 세탁부터 다림질 분류까지 직접 한다.

반응은 뜨거웠다.

입학 시즌이면 센터는 중고 교복을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너무 바빠 직원들과 함께 점심도 걸러가면서 일을 했지만 헌 교복을 세탁하고 다림질할 때는 새 옷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했다.

입소문을 타고 다른 지방에서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가기도 했다.

정 사무처장은 교복에 관한 따뜻한 일화도 소개했다.

어느 날 젊은 여성이 센터를 찾아왔다.

"저 혹시 교복을 살 수 있을까요"
한 눈으로 봐도 학생은 아니었다.

정 사무처장은 왜 교복이 필요한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성은 "사실 중퇴를 해 졸업을 하지 못했다"며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어머니와 함께 졸업사진을 찍지 못한 게 미안해 교복을 입고 어머니와 사진을 찍고 싶어 구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 여성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해 교복을 무상으로 지급했다.

최근에는 교육청과 지자체 무상 교복 사업이 확대되면서 중고 교복을 찾는 사람들이 과거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 수요는 꾸준하다.

지금도 한해 두드림 교복센터에서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지급하는 교복은 1천여벌이다.

4천벌가량은 일반 시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10년 동안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지급된 교복은 7∼8천장에 이른다.

정 사무처장은 아직 헌 교복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 데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교복이 많은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 처장은 "아파트에 교복 수거함을 하나 설치하는 데도 반대를 하는 곳이 많아 설치가 쉽지 않다"며 "직원들이 헌 교복을 수거한다는 홍보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두발로 뛰어다니지만, 교복을 버리시는 분들이 많다. 내가 기증한 교복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