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도 살겠다고 발버둥"…침수 마을서 소 110마리 구조작전

집중호우 합천 건태마을 축사 잠겨…탈진한 소 보트 오가며 구출
경남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에서 이틀간 쏟아진 집중호우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축사에 갇힌 소 구조작전이 9일 펼쳐졌다. 이날까지 주민과 축협 등 관계자 40여명은 물이 차오른 마을 축사에서 소 110여 마리를 구출했다.

이틀 동안 합천에 269.1㎜에 달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며 건태마을 또한 어른 머리 높이까지 침수됐다.

다행히 주민들은 일찍 대피해 인명피해는 따로 없었으나 가축까지 챙길 여력이 없어 축사 내 소 130여 마리는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급격히 불어난 물로 인해 자칫 대량 폐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축사 내 소들은 살기 위해 24시간 가까이 발버둥을 치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빗줄기가 잦아든 전날 오후 4시께부터 구조작전에 나선 이들은 3인 1조로 보트를 타고 축사 내부로 진입, 소에 줄을 묶어 제방까지 끌고 나왔다.

익사를 막기 위해 두 명은 보트 위에서 줄로 연결된 소머리를 잡고 나머지 한 명은 물에 들어가 소 몸통을 받치는 식이었다.
살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발버둥을 치느라 제방에 끌려온 소들은 일어날 힘도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이에 구조팀은 트랙터에 줄을 묶어 소와 연결하거나 인력 수십명이 달라붙어 육지 위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을 썼다.

이렇게 한 마리씩 수십 차례 축사와 제방을 왔다 갔다 하며 이날까지 110마리가 넘는 소를 무사히 구조했다. 구조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탈진한 소 20여 마리는 탈진해 폐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인명구조 못지않은 소 구출 작전을 펼친 까닭은 소가 가축 농가의 유일한 소득수단이기 때문이다.

침수 등으로 기르던 소가 집단 폐사하면 농민들은 전 재산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어 생명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다. 건태마을 관계자는 "가축이 그래도 살겠다며 하루 가까이 축사 내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는 게 대단하다"며 "안타깝지만 지금 구조된 소 중 일부도 장시간 헤엄을 치느라 탈진해 죽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