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마포 입주 아파트 전세, 주변보다 2억↑

달라지는 입주 시장 풍경

준공 땐 '전세 풍부' 일반적
임대차법 개정 후 상황 반전
집주인 직접 거주, 반전세 전환

"새 아파트가 주변 전세가 자극"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으로 서울 내 전세 매물이 줄어들며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이달 집들이를 시작한 서대문구 북아현동 ‘신촌 힐스테이트’. 한경DB
서울 새 아파트 입주 시장에서 전세가 귀해지고 있다. 입주 때만 되면 인근 단지보다 1억~2억원 저렴한 전세매물이 쏟아져 나왔던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간혹 나오는 전세 가격도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셋값이 고공 행진 중이다. 집주인이 전세를 주는 대신 직접 거주하거나 수익률이 높은 반전세(보증부 월세)와 월세 임차인을 찾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인근 단지보다 높은 새 아파트 전세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집들이가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1140가구)의 전세가격이 인근 단지보다 1억~3억원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가장 작은 전용면적 92㎡의 전세 호가는 13억원이다. 3년 전 입주한 인근 ‘용산 푸르지오써밋’ 전용 112㎡ 및 2007년 8월 준공된 ‘용산 시티파크1단지’ 전용 144㎡ 전세가격과 비슷하다.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전용 114㎡ 전세가격은 15억~18억원 선이다. 비슷한 면적대의 ‘푸르지오써밋’ 전용 112㎡(13억원), ‘용산 시티파크1단지’ 전용 114㎡(9억5000만원)보다 최소 2억원~최대 8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한강로3가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달 전만 해도 전세를 주겠다던 집주인들이 최근 실거주로 마음을 바꿨다”며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뒤 전세를 싸게 줬다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전셋값을 올리지도 못하고 묶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달 입주가 시작되는 서대문구 북아현동 ‘힐스테이트 신촌’(1226가구)과 마포구 공덕동 ‘공덕 SK 리더스뷰’(472가구)도 주변 전세 시세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덕 SK 리더스뷰’ 전용 84㎡ 전셋값은 9억~10억원으로 2015년 8월 집들이한 인근 ‘공덕 파크자이’ 같은 주택형의 전셋값(8억5000만~9억원)보다 1억원가량 높다. ‘힐스테이트 신촌’ 전용 84㎡ 전세 가격도 최대 7억원으로 5년 전 입주한 ‘신촌 푸르지오’ 전용 84㎡ 전세(7억2000만원)와 비슷하다.

새 집 선호와 집주인의 실거주 영향

새 아파트는 세입자를 찾는 전세 매물이 쏟아지며 전세가격이 인근 단지보다 1억~2억원 저렴한 수준에서 형성돼왔다. 그러다 입주 2년 뒤 재계약 기간에 주변 시세에 맞춰 전세가격이 조정되는 일이 반복됐다. 2018년 11월 입주한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센트럴 아이파크’(1061가구) 전용 84㎡는 당시 4억8000만원대에 전세로 계약됐다. 현재는 6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2018년 12월 준공 당시 강동구 ‘헬리오시티’(9510가구)도 전용 84㎡ 전셋값이 6억5000만원대였다. 최근 호가는 동과 층에 따라 9억~12억원대에 달한다.지난해 하반기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등 일부 단지에서 시작된 새 아파트 전세 강세 현상이 올 들어 일반화되고 있다. 작년 10월 ‘고덕 그라시움’을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 1만5000여 가구가 줄줄이 입주한 강동구 일대는 전셋값 급락은커녕 지난해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2년을 충족하기 위해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곳이 많아진 데다 최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전세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여전히 강하고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갈수록 경직되는 전세시장에서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난해까지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 주변 전세시장이 안정됐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주변 전세 시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