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50명 사망·실종…서울 10일 '교통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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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47일 넘게 이어진 장마로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11년 폭우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인명 피해다. 특히 7~8일 물폭탄이 쏟아진 남부지역은 마을 곳곳이 물에 잠기고 13명이 빗물과 산사태에 휩쓸려 숨졌다. 제5호 태풍 ‘장미’와 장마 전선이 북상하면서 이번주는 중부지역에 비 피해가 속출할 전망이다.
남부 사흘 새 600㎜ 쏟아져
산사태 8일 하루만 55건 발생
합천선 소 100마리 집단 폐사
서울·수도권 곳곳 도로 통제
버스·지하철 막차 30분 연장
사흘 동안 13명 숨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장마가 시작된 이후 9일(오후 7시30분 기준)까지 사망자는 39명, 실종자는 11명으로 집계됐다. 이달에만 3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사망자는 경기·전남이 각각 8명으로 가장 많다.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사망 3명, 실종 3명)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사흘 동안(7~9일) 최대 600㎜ 비가 쏟아진 남부지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7일 오전 6시부터 이날까지 사흘 동안만 추가로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7일 저녁 전남 곡성군 오산면에서 마을 뒷산 토사가 무너져 내려 주택 5채를 덮치면서 5명이 사망했다. 8일 새벽 전남 담양군 무정면에서는 8세 어린이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서도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부부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경남에서는 8일 오전 거창군 주상면 한 야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인근에 있던 80대 남성이 매몰됐다. 오후에는 경남 합천 기리마을이 물에 잠겨 축사에 있던 소 1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산림청 산사태예방지원본부에 따르면 8일 하루에만 총 55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호우로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3489가구, 597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617명은 여전히 체육관, 경로당, 마을회관 등에 머물며 대피 중이다. 8일 섬진강 제방 100여m가 붕괴하면서 일대 주택이 물에 잠긴 전북 남원과 전남 담양·구례, 경남 산청 등에서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지금까지 중대본에 신고된 시설 피해 건수는 1만3372건이다. 주택 3820채와 도로 교량 4344곳이 파손되거나 물에 잠겼다. 농경지 피해 면적은 2억3202만㎡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80배에 달한다. 철도는 충북선·태백선 등 6개 노선에서 열차 운행이 전면 또는 일부 중단됐다.
11일까지 중부지역 최대 500㎜
태풍 장미가 동반한 비구름과 함께 남부지역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9일 북상하면서 중부지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9일부터 11일까지 중부지역에 최대 5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빗줄기가 강해지면서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도 다시 통제돼 출근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부터 잠수교를 비롯해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도로,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을 통제했다. 한강 잠수교 수위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9m로 홍수주의보 판단선인 8.5m를 다시 넘어섰다. 경기 남부 지역도 관내 도로 13곳이 통제 중이다.출퇴근 불편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10일 오전부터 호우경보 해제 시까지 대중교통을 증편 운행한다. 지하철과 버스 모두 출근시간대, 퇴근시간대를 30분씩 연장해 집중 배차하고 막차시간도 30분 늦추기로 했다.
양길성/하수정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