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부동산 보고받고 '대로'…노영민 "모두 사표 내라"

지금 청와대에선

靑 참모 6명 '동시 사표' 왜

盧실장, 文대통령 만난 후
수석 5명 불러 상황 설명

靑 내부 "주택 처분 머뭇거린
김조원 수석 태도 아쉽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금요일 오전 보고 내용에 대해 역정을 냈다고 합니다.”

노영민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 비서실장 산하 수석 다섯 명의 전격적 사의 표명은 지난 7일 오전 대통령 보고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보고 이후 노 실장은 산하 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 등 다섯 명의 수석을 불러 일괄 사의가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실장은 점심을 앞두고 강민석 대변인을 불러 일괄 사의 입장을 언론에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하반기 개각을 앞두고 강기정 정무수석을 포함한 일부 수석의 교체는 거론됐지만 노 실장과 산하 수석들의 동시 사의 표명에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실장이 대통령 보고 후 일괄 사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 보고에는 집중호우 상황과 청와대 인사들의 부동산 처분 및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 동향이 담겼다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 가운데 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건 부동산 관련이었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사의를 밝힌 핵심 참모진 역시 말을 아끼면서도 일부 수석의 서울 강남 주택 처분을 둘러싼 논란에는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7월 노 실장의 1가구 2주택 처분 2차 권고 이후 상당수 다주택 참모는 처분을 완료했거나 처분 중이다. 이런 와중에 김조원 민정수석은 잠실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이나 비싼 가격에 내놔 ‘매각 시늉’ 논란을 낳았다. 이를 두고 “집을 팔지 않기 위해 비싼 가격에 집을 내놓은 것”이란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2주택을 처분한 노 실장을 비롯해 이미 정리한 참모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일으켰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민정수석이 주택 문제로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과 김 수석의 특수관계도 입길에 올랐다. 일각에선 “김 수석이 비서실장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각에 소극적인 데는 문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 시절 직속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15~2016년에는 당무감사원 원장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부동산 문제로 6월부터 민정수석 교체설이 나왔을 때 여권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민정수석의 관계는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며 교체설을 일축했다.하지만 집값 급등으로 민심이 악화되는 가운데 김 수석의 강남 주택 처분 문제로 부동산 정책마저 희화화되고 있는 상황은 국정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7일 한국갤럽의 국정지지도 조사에서 부정평가 1순위로 ‘부동산 정책’(33%)이 꼽히는 등 부동산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정책리스크로 떠오른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크게 역정을 내고 비서실장이 일괄 사의 뜻을 밝힌 데는 이 같은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가구 2주택 처분 권고를 처음 꺼내든 비서실장으로서도 청와대 고위 참모가 부동산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상황에 대한 책임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에선 이번 사의 표명을 계기로 연말께로 예상했던 청와대 3기 참모진 개편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기 참모진이 2019년부터 1년7개월가량 근무해온 만큼 남은 1년6개월을 책임질 3기 참모진 개편을 앞당겨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며 대폭 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다만 사의를 밝힌 6명의 참모를 동시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명 가운데 시민사회수석을 제외한 5명은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핵심 멤버다. 민정·인사수석실은 후보군의 인사검증을 담당하고, 비서실장은 인사추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소통·정무수석도 인사추천위원 8인의 일원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6명의 사의는 수용하되 인사검증 절차가 끝난 자리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관이 대행할 수 있는 정부부처와 달리 청와대 수석급 이상 자리는 잠시라도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후임 인선에 맞춰 교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밝힌 박근혜 정부 때도 인사검증 절차 때문에 순차적으로 교체했다.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전후해 사의를 밝힌 참모진의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정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