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대치'…저지할 묘수 못 찾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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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후보추천위원 선정 압박“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발언 내용을 지켜봤는데, 답답하기 그지없어요. 전략도, 원칙도 없는 듯해서….”
8월 국회서 '출범' 밀어붙일 태세
野일각 "지도부, 전략·원칙 없다"
검찰의 생리를 잘 아는 야권의 한 인사는 사석에서 지나가듯 이런 ‘탄식’을 내뱉었다. 공수처 법안이 지난달 15일 시행됐고 검찰 조직도 사실상 와해된 현 상황에서 통합당 지도부가 “가능성도 크지 않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만 기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9일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당 지도부가 공수처에 대응하는 첫 번째 원칙은 ‘헌재의 위헌 심판 여부를 우선 지켜본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위헌 심판이 있기 전까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추천은 곤란하다”며 “앞으로 이런 질문은 아예 받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통합당 내에서도 현재와 같은 사법부 체제에서 ‘헌법소원심판 결과가 통합당의 의도대로 나올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통합당이 지난 2월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반년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헌재가 결론을 내기 전까지 현재의 권력기관들을 견제할 조직이 없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최근 청와대와 법무부가 주도한 잇따른 인사로 권력에 대한 수사 기능이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수처 출범과 함께 검·경수사권 조정도 검찰의 힘을 빼는 제도적 변화다. 통합당의 다른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권력과 언론 간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당 지도부 방침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개혁’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부동산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 굳이 공수처 문제로 야당과 각을 세울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흘러나온다. 오히려 새로 출범한 공수처가 권력형 선거비리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면 재보궐 지자체 선거나 대선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통합당 의원은 “공수처는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인물이 처장이 되지 않는 한 여당보다는 야당에 불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여당의 공수처 출범 프레임에 끌려갈 필요는 없다”고 내다봤다.
좌동욱/김소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