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에 치여'…무력감 빠진 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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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요즘…“한국이 의원내각제가 돼 버린 것 같습니다.”
"뉴딜·임대차3법 등 '좌지우지'
각 부처, 민주당 집행기구 전락"
10일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한국판 뉴딜’과 같은 굵직한 정부 재정사업부터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대책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국회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서다. 각 부처에서는 당정 간의 무게추가 무너진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제대로 문제 제기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가 민주당 집행 기구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 극복을 목표로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논의 단계에서는 데이터 인프라 조성 등 ‘디지털 뉴딜’ 관련 정책만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의 몇몇 의원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정책을 요구하면서 ‘그린 뉴딜’이 또 다른 축으로 자리잡았다.
세입자의 전세 계약기간 연장, 임대료 상승폭 제한 등을 담은 임대차 3법도 마찬가지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지만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 입법돼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상황은 역시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17대 국회와 대비된다. 당시 연이은 대책에도 집값을 잡지 못하자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부동산 정책을 국회에서 만들겠다”며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임대료 상한제, 토지임대부 분양제 등 의원들이 내놓은 각종 대책은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행정부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