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번 대책에도 안 잡히던 집값, 임대주택 들어선다는 소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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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집값 한달 새 1.7억↓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승세였던 경기 과천 부동산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급과잉 우려
일각선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 탓 분석도
정부가 최근 '8·4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과천청사 부지와 유휴지에 4000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안 잡히던 집값을 임대주택이 잡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8·4 대책 발표 이후 과천 부동산시장에서는 매수세가 크게 줄어들어 주요 단지의 거래가와 호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례로 과천 원문동 과천래미안슈르(2899가구) 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13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6일 거래가 15억5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과천 지역 집값이 하락한 표면적인 이유는 공급 과잉 우려다. 과천 지역 교통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아파트 물량이 늘면 교통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하지만 일각에선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크게 늘리기로 하자, 일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조차 본인의 지역구에는 임대주택이 들어와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성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8‧4대책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지역구인)마포구청장도 저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발표됐다. 지금 상암동 주민들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합니까?"라고 공개 반발했다.정부가 임대주택을 크게 늘리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도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민주당 정치인들은 강남 살면서 국민들은 임대주택에 살라는 것이냐"며 "계층 사다리를 완전히 끊어 버리는 정책이다. 돈 없는 사람은 닭장 같은 임대아파트에서 평생 살아가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누가 임대를 원한다고 했느냐"며 "국민은 내 집에 내가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미며 살고 싶다. 정부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박살내고 있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