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폭우 피해…복구 수요 대비하는 시멘트·레미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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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주택 옹벽 축대 교량 등 파손 2만여건…시멘트·레미콘 수요'급증'예년보다 길어진 장마로 전국 건설 현장이 장기간 마비되면서 시멘트·레미콘업계 역시 공급이 막혀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폭우 사태로 기록되면서 재해 복구 관련 수요가 커져 매출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폭우와 산사태에 따른 주택 및 도로·교량 파손 등 시설 피해만 2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002~2003년 태풍 루사 매미때 중소레미콘 잇따라 설립되기도
충북 '물폭탄'에 시멘트 철도운송 차질…물류비 증가 내륙사'비상'
건설현장 마비…복구 수요로 커버 가능
이번 장마는 통상 장마기간 보다 길어지면서 건설 현장도 장기간 정체된 상태다. 예년 장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대략 15~20일 정도였지만 올해엔 지난 6월24일부터 8월 중순까지 약 50일 가량으로 예년의 2배 수준으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통상 장마철 건설 현장은 작업을 중지하고 침수, 토사유실, 붕괴, 감전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을 점검하는 일만 한다. 레미콘업계는 건설 현장에 콘크리트 타설을 못하게 되고, 시멘트업계는 레미콘업체에 시멘트 공급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마철이 끝나면 밀렸던 공정이 재개되면서 매출도 원상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장마철이 끝나면 공사가 속도를 내며 정해진 기간내 마무리될 것”이라며 “장마기간이 길어지면 매출로 잡히는 시기만 달라질 뿐 공사 물량에 대한 매출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폭우여서 장마 후 본격적으로 복구작업이 진행되면 시멘트·레미콘업계는 일감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에 따른 시설 피해 건수는 2만826건(공공시설 8470건, 사유시설 1만23565건) 접수됐다. 물에 잠기거나 파손된 민간주택은 5485채, 축사·창고는 2200개에 달한다. 도로·교량 4972개소, 하천 690개소, 저수지·배수로 268개소가 파손·유실되는 피해를 봤다. 산사태도 전국적으로 771건 발생했다.복구에 시멘트·레미콘 필수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시멘트 출하는 2580만으로 전년 동기 대비 7%감소했다. 건설경기 침체 때문이다. 2분기 실적도 원가절감 성과를 낸 쌍용양회나 유진기업 등 업계 1위업체만 선방을 했고 대부분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4분기부터 업계 전체적으로 폭우 피해 복구에 따른 실적 호전이 예상되고 있다.이번 폭우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도로가 파손되거나 제방이 무너지고, 산사태로 옹벽이나 축대가 붕괴되고 주택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복구하기위해선 시멘트와 여기에 골재를 섞은 레미콘이 필수다. 특히 향후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산사태나 홍수를 예방하기위한 옹벽, 축대 보수와 제방 개·보수 작업도 대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발생에 따른 시설 파손으로 복구 수요가 커짐에 따라 중소 레미콘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만큼 복구가 이뤄지는 9월부터 시멘트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복구에 따른 매출 증가는 3분기말이나 4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시멘트·레미콘업계가 4분기부터는 폭우 복구 수요에 따른 실적 상승을 예상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는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쌍용양회 주가는 11일 장중 5640원까지 올라 올들어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폭우 피해가 극심해진 지난달 하순부터 주가는 수직상승하고 있다. 유진기업 주가 역시 11일 장중 4430원까지 올라 최근 6개월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마찬가지로 7월 하순이후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업계가 막대한 실적 상승을 예상할 형편은 아니다. 충북지역에 내린 물폭탄으로 충북선 철도가 유실돼 약 20여개 철도기지에서 이달 말까지 시멘트운송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내륙운송 비중이 높은 시멘트업계는 물류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시멘트업계는 해안가에 위치한 공장에서 선박을 통해 울산, 부산, 창원, 광양, 목포, 군산, 평택, 인천 등으로 시멘트를 운송하는 해안사(쌍용양회, 삼표·한라시멘트)와 주로 내륙에서 철도로 운송하는 내륙사(한일·한일현대·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로 구분된다. 내륙사들은 당분간 철도로 한번에 보낼 물량을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40여대로 나눠서 운송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레미콘업체도 충북 등 폭우 피해지역 인근에 주로 중소레미콘업체가 분포하고 있어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들의 실적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