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빠도 주가 오르는 효성첨단소재…비결은 '수소차 기대'

효성첨단소재는 이달 17% 올랐다. 지난 4월부터 매달 꾸준히 오르고 있다. 수소차 관련 사업 기대 때문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소차 연료 탱크에 쓰이는 탄소 섬유를 만든다.

11일 효성첨단소재는 4.39%(6500원) 오른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17.1% 올랐다. 올해 상승률도 39.2%에 이른다. 원래는 대표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주였다. 지난 3월에는 4만4100원까지 떨어졌다. 작년 말 대비 60.3% 하락한 주가였다. 효성첨단소재 매출의 절반가량이 타이어 보강재에서 나오는데, 코로나19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이런 피해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매출이 37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4% 줄고, 영업손실이 43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가 수소차 핵심 소재 업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효성첨단소재의 수소차 관련 미래 성장성에 주목하면서 실적은 주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첨단소재는 회사 이름처럼 여러 산업용 소재를 만든다. 아라미드는 5세대(5G) 이동통신용 광케이블에 쓰인다. 탄소 섬유는 튼튼하면서도 가벼워 수소차용 연료 탱크 보강재로 각광받고 있다. 쇠로 연료 탱크를 만들면 300㎏이지만, 탄소 섬유를 쓰면 60㎏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탄소 섬유를 대부분 일본 업체가 독식한 가운데 효성첨단소재는 국내 유일의 탄소 섬유 생산 업체”라며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흐름과 맞물려 수소차 핵심 소재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섬유의 실적 기여도는 아직 크지 않다. 2분기 탄소 섬유 부문 매출은 15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64.2%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친다. 영업손실은 9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도 효성첨단소재가 더 오를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주가에 타이어 보강재 부문 회복과 신사업 부문의 성장 기대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 연구원은 “수소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며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582억원이다. 올해 전망치546억원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로 올해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탓이다. 내년 전망치는 2018년 영업이익(158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임근호/고윤상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