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체 강수량보다 많은 1천20㎜ 내린 철원…수해복구 구슬땀

주택 164가구·농경지 604㏊ 침수…피해 누계 216억원
작년 강수량 933.5㎜보다 많아…자원봉사·성금 등 온정 이어져
열흘 동안 최대 1천㎜ 이상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원 철원지역에 점차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물난리를 겪은 마을 주민들이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철원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철원읍과 갈말읍에 1천20㎜의 비가 내렸다.

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철원에 내린 비 933.5㎜보다 많은 양이다.

김화읍과 근남면도 900㎜ 가까운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일과 4일에는 시간당 최대 80㎜가 넘는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한탄강이 범람해 이길리, 정연리 등 민통선 마을의 주택과 농경지 등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이 밖에도 생창리, 동막리 등 총 15개 마을이 침수 피해를 봐 총 350가구 567명이 인근 초등학교와 마을회관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도로와 소하천 등 공공시설 157개소와 군사시설 32개소, 주택 164가구, 농경지 604㏊에 침수, 반파, 전파 등 비 피해가 발생했다. 총 피해액은 10일 오후까지 21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동송읍 이길리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68가구 곳곳을 돌며 집 안팎의 진흙을 씻어내고 떠밀려온 쓰레기들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달 들어 물난리가 거듭된 김화읍 생창리도 주민과 소방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수해 복구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까지 대한적십자사와 도의회, 군체육회, 의용소방대 등 민간 자원봉사자 1천600여 명과 육군 5군단, 3사단, 6사단, 5포병연대 등 장병 2천여 명이 철원지역으로 달려와 복구를 도왔다.

특히 군당국은 이번 폭우로 휴전선 인근에 묻힌 지뢰와 불발탄 등이 마을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탐지 작전을 지속해서 벌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이길리 일대에서 발목지뢰 2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성금·생필품·가전 전달과 무상 세탁 봉사, 보일러 점검, 의료 지원 등도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미래통합당 한기호 의원,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도 수해 현장을 찾아 빠른 복구를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도움의 손길이 줄 잇자 주민들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있다.

생창리 주민 최모(67)씨는 "이번 장마에 두 번이나 집에 물이 들어차니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어서 죽을 지경이었다"며 "변기에서까지 물이 넘쳤던 상황에서 이렇게 도움을 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1996년, 1999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수해를 본 이길리 주민 일부는 집단 이주 의사를 군에 밝혔다.
철원군은 마을별로 담당 공무원을 정해 주민, 소방 등과 함께 합동 재난 현장 피해조사를 벌이고, 배수시설 정비와 병충해 방제 등을 진행해 추가 피해를 막을 방침이다.

또 이재민 수용시설과 재해 지역에 의료지원을 지속하고 인력이 필요한 현장에 자원봉사단체를 빠르게 안내할 예정이다. 철원군 관계자는 "많은 도움의 손길이 수해 지역에 이어져 주민은 물론 현장의 공무원들도 힘이 나고 있다"며 "정부가 철원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한 만큼 피해 복구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