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날개 단 시흥 배곧신도시…'서해안의 중심'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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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430만㎡ 갯벌 매립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다 보면 신축 아파트촌과 건물 공사가 한창인 학교·병원 부지가 보인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유치에 이어 지난 6월 초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경기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다. 1980년대 한국화약(현 한화그룹)의 화약성능시험장이 신도시로 탈바꿈한 곳이다.
10년간 방치되다 개발 시동
여의도 1.7배 신도시 탈바꿈
6월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돼
2027년까지 1조6000억원 투입
글로벌 교육·의료 클러스터 조성
공원에서 산책하는 시민들 사이로 시흥시 통합관제 플랫폼과 연결된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이도역에서 정왕동 주거지역까지 주민들을 실어나르는 자율주행 심야 셔틀버스 ‘마중’도 운행을 준비 중이다. 배곧신도시는 시흥시와 서울대, 한라가 민·관·학 협력을 통해 스마트시티를 조성, 서해안 시대 거점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화약시험장에서 경제자유구역 신도시로
한국화약은 1986년부터 경기 시흥시 월곶에 화약성능시험장을 짓기 위해 430만㎡ 면적의 갯벌을 매립했다. 10년 뒤 매립지 공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 주택가가 형성돼 폭약 실험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허허벌판으로 10년 가까이 방치된 이유다.2006년 시흥시가 땅값 5600억원을 들여 이곳과 주변 지역을 매입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유치하고 최첨단 연구단지를 조성하는 청사진이 만들어졌다.우선 교육·복합의료단지 개발에 나섰다. 이어 아파트, 주상복합 등 주택 2만1000여 가구를 비롯해 생활편의시설과 상업시설, 공원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허허벌판의 화약시험장이 ‘스마트시티’로 바뀌기 시작했다.
2011년 교육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신도시 이름을 기존 군자신도시에서 ‘배움의 터’란 의미의 배곧신도시로 바꿨다. 서해안을 따라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의 1.7배인 490만5720㎡ 규모의 배곧신도시가 탄생했다.
6월 배곧신도시는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도약의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시흥 배곧을 비롯해 정왕·김포 대곶·안산 대부 등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신청했는데 배곧신도시만 지정됐다. 2008년 새만금과 대구·경북 등에 이어 12년 만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이었다.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과 수도권 정비법 등 각종 규제 완화, 외국 교육·의료기관 설립 허용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지역 내 직접적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인근 송도신도시 등과 시너지를 내 수도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자율주행과 교육의료 복합단지로
배곧신도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서울대 시흥 스마트캠퍼스와 시흥 배곧서울대병원 등 산·학·연 연계에 유리한 핵심 자족시설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와 시흥 스마트허브 등 기존 산업단지와 인접해 제조업 및 첨단산업 기업과의 협업이 쉽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시흥시 등은 2027년까지 배곧신도시에 사업비 1조6681억원을 투입해 육·해·공 무인이동체 연구단지와 글로벌 교육·의료 복합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연구센터, 항공연구센터 등을 유치했다. 한라그룹의 만도에서 제작한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과해 배곧 내 생명공원을 순찰하고 있다. 배곧신도시 내 시유지(2만8000여㎡)에 드론 훈련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의료·바이오 단지도 조성된다. 현재 서울대 시흥캠퍼스 부지 내에 공사 중인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할 의료진만 약 2000명이다. 지역 내 의료 수요를 충족하고, 보건의료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치료와 연구를 동시에 표방하는 연구 중심 병원의 형태로 들어서 의료 및 바이오 융복합단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기술대와 경기과학기술대, 시화병원 등 지역 기관과도 협력할 방침이다.
경기도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배곧신도시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견학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배곧신도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미래 혁신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흥=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