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급감, 추경 남발, 빚 눈덩이…기업이면 벌써 망했다

재정여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8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세금이 전년 동기 대비 23조3000억원 덜 걷혔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세금 납기연장을 감안해도 11조4000억원 줄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코로나 사태로 정부 지출은 31조원 이상 늘어났다. 재정 수입에서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90조원 적자이고,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10조5000억원 적자다.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이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전국적인 수해까지 겹쳐 여당이 또다시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추경인데 전액 빚을 내야 할 판이다. 더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코로나 대응을 빌미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리는 등 돈을 물 쓰듯 해 재정여력이 바닥난 탓이다.세수가 부진한데 지출만 계속 늘렸으니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실시간으로 나랏빚을 보여주는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11일 기준 총국가채무가 798조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1540만원이다. 2000년 237만원이던 1인당 국가채무가 20년 새 6배 넘게 폭증했다. 세 차례 단행된 추경만으로도 올해 국가채무는 839조4000억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3.5%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추경이 추가되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민간 기업이 이런 식으로 경영했다면 한참 전에 망했을 것이다. 매출이 급감하는데 지출은 계속 늘어 부채비율이 폭등하면 어떤 기업도 버틸 수 없다. 소비자가 던지는 이른바 ‘시장의 투표’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한번 뽑히면 4~5년 임기까지 그대로 간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확실한 제어장치를 마련하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공공지출 증가에 대비해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강조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금의 국가재정운용계획으로는 재정건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재정준칙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