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 급등…'잡주'처럼 움직이는 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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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수십조 상장사 주가 요동코스피지수 2400선을 이끈 것은 대형주다. 시가총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종목들이 돌아가며 하루에 5%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통상 대형 우량주는 호재가 발생했을 때 급등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유동성의 힘과 실적 개선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코스닥 중소형주로 ‘한방’을 노리던 개인투자자들까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LG화학·SK이노베이션…
단타치던 개미들도 대형주 관심
11일 LG생활건강은 8.86% 오른 1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 LG생활건강을 44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당 가격이 비싼 LG생활건강이 하루 만에 10% 가까이 오른 건 이례적이다. 별다른 호재도 없었다. 전날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3.2% 올랐다는 소식에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진 영향 정도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한국전력도 이날 7.97% 오르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말레이시아 가스복합발전사업 수주 소식에 주가는 기다렸다는 듯 급등했다.
이달 들어 대형주들이 코스닥 중소형주처럼 큰 폭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적 모멘텀이 없으면 경기 회복 기대와 성장성만으로 주가가 뛰기도 했다. 지난 5일 20.95% 급등한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 사례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정유 부문 부진으로 43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성장성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다음날인 6일엔 현대차가 7.84% 올랐다. 7월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기대가 커졌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 정책 수혜 기대까지 겹쳤다. 10일 현대차는 15.65% 급등하기도 했다. 같은 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9.70%, 6.49%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지수는 이달 들어 7.74% 올라 코스피지수 상승률(7.53%)과 코스닥지수 상승률(5.51%)을 웃돌았다. 대형주가 돌아가면서 급등한 것은 주가가 2400선을 뚫게 한 결정적 원인이었다.이런 변화에 코스닥시장에서 ‘대박주’를 찾아 헤매던 개인투자자들도 대형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