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두렵지만 수익 먹고싶어"…버퍼 ETF로 몰리는 美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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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진의 ETF 이모저모투자자들은 이익을 좋아하는 만큼 손실을 싫어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4월 이후 반등장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것도 2차 급락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이들을 위해 손실을 일부 완충해주는 ‘버퍼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고 있다.
12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주(8월 3일~10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이노베이터 러셀2000 파워버퍼 ETF-1월물’에 7800만달러(약 925억1580만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주 동안 유입된 자금은 이 ETF 총자산의 70.9%에 해당한다. 총자산 대비 순유입 기준으로 미국 내 ETF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1위를 차지한 ETF가 지난달 30일에 신규설정된 펀드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체 1위다. 5위를 차지한 ‘이노베이터 S&P 500 파워버퍼 ETF-8월물’은 총자산의 34.7%에 해당하는 2810만달러의 자금이 지난주에 순유입됐다. 버퍼 ETF는 기존 ETF와 동일하게 기초자산을 추종하면서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일부 제한시키는 구조의 상품이다. 첫 펀드가 2018년에 등장한, 미국에서도 비교적 최신상품이다. 총자산 5억1621만달러(약6123억원)로 시장에 존재하는 버퍼ETF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FT Cboe Vest U.S. 에쿼티 딥 버퍼 ETF-2월물’은 지난 2월에 설정됐다. 이 ETF는 연간 단위로 기초자산인 S&P500 지수의 손실을 -5%에서 -30% 구간까지 방어해준다. 반대급부로 연간 이익 역시 최대 7.5%로 제한된다. 버퍼 ETF는 손실 보존 폭이 클수록 기대 이익도 낮아지는 구조다.
버퍼 ETF는 자산배분 등 전통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의 대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전통적인 자산배분 전략은 위험자산(주식 등)과 안전자산(국고채 등)을 적절히 혼합한다. 각 자산군의 과거 움직을 바탕으로 상관계수를 산출한 뒤, 자산군별 상관계수가 엇갈리도록 조합해 극심한 시장 변동에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자산배분의 핵심이다. 하지만 3월 급락장에서는 이런 전략이 이렇다할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채권과 주식, 금 등 주요 자산이 모두 급락하자 자산운용 전략이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버퍼 ETF가 인기를 끌면서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은 지난 6월에만 2개의 버퍼ETF를 최초로 상장시켰다. 버퍼ETF 시장을 선점한 이노베이터자산운용은 지난 6월에 채권형 상품을 신청하는데 이어 11일(현지시간)에는 자사 버퍼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인 '이노베이터 S&P500 파워버퍼 ETF 사다리 펀드'(티커명 BUFF)를 상장시켰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버퍼 ETF로의 자금유입은 단기적인 시장 하락을 염려하는 시장참여자들이 많아진 것"이라며 "버퍼 ETF에 투자할 때는 이 상품이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를 때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폭을 보인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