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민간 우주선을 띄울 수 있을까?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는 경기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미래차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행사 막바지에 민간 유인 우주선 개발에 성공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언급했습니다.

이 대표는 "10년 전 일론 머스크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에는 황당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며 "얼마 전 우주선을 띄워서 여행을 간다는 (머스크의) 이야기가 실제로 상용화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머릿속 공상을 현실로 이룬 기업가에 대한 놀라움으로 읽혔습니다. 지난 5월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가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였습니다. 국회 출입기자로서 다른 걸 떠나서 진취적인 기업가의 도전을 국회가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타다나 배달의 민족 같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도 전에 '상생'이란 명분으로 옥죄는 대한민국 국회가 있는 한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미국 의회는 스페이스X의 성공을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했을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미국의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오픈시크리츠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2003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 승인법, 미국 상업용 우주 발사 경쟁법, 스페이스 프론티어 법 등을 만들거나 재정비해 왔습니다.물론 스페이스X는 이를 위해 상당한 로비 비용을 지출했는데요. 스페이스X는 유인 우주선 발사 직전 해인 2019년 한 해에만 230만달러(약 27억원)를 로비 비용으로 썼습니다. 지난 17년간 입법 로비로 쓴 비용을 합치면 1800만달러(약 123억원)가 넘습니다.

여기에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지원도 있었습니다. NASA가 스페이스X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도운 건 우주에 화물을 실어나르는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민간 기업이 참여하면 비용 측면에서 오히려 이득이라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요? 기업이 민간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려면 어마어마한 규제에 발목이 잡힐 것 같습니다. 국회가 규제를 푸는 데 적극적일지도 회의적입니다. 또 정부 재정이 투입된 곳에서 민간 기업을 지원한다면 특혜 시비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너무 비관적인가요? 물론 머스크 같은 혁신적인 기업인이 한국에 있느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허무맹랑한 꿈을 실현하는 데 사회가, 특히 정치권이 나서서 도울 것이란 믿음이 없는 한 꿈조차 꾸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권이 발목만 잡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그러고 보니 21대 국회가 출범하고 두 달 반 가량 지났습니다. 13일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법안만 316개에 달합니다. 한 달에 100개 이상 규제 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대한민국 국회가 있는 한 불가능한 꿈을 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