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숙명여고의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교내 정기고사의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현모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고 쌍둥이는 현재 퇴학처분을 받은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모 쌍둥이 자매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가 시험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아버지와 공모해 시험 답안을 미리 받고, 숙명여고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했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재판부는 "시험지에 적혀있었던 소위 '깨알정답'은 피고인들이 시험 전 알게 된 정답을 외워뒀다가 이를 잊지 않기 위해 기재한 것"이라며 "시험 직전에 바뀐 정답은 피고인들 모두 '정정 전 정답'으로 기재해 틀렸고, 당시 교무부장이던 현모씨는 초과근무 사유가 없음에도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소년만 아니라면 실형에 처하도록 양형기준이 돼있고 피고인들은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려 죄질이 좋지 않음에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렇지만 피고인들이 범행당시 미성년자였던 점, 초범인 점, 피고인들의 아버지가 이미 복역 중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쌍둥이측과 변호인은 '깨알정답' 등에 대해 "반장이 불러준 답안을 옮겨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모범답안은 반 카카오톡 단체방에 공유됐고 피고인은 실제로 이를 다운받기도 했다"며 "피고인들의 주장은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는다. 1학년 1학기 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2학기에 문과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급격히 올랐다. 2학년 1학기 땐 문과와 이과계열 전체에서 각각 1등의 성적을 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