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해리스 첫 출격…"엉망인 미국 재건할 것" 트럼프 맹공

청중없이 텅빈 체육관서 부통령 소개식…사회적 거리두기로 차별화
코로나19·인종차별 고리로 트럼프 직격…해리스 "미국에 리더십 간절"

'청중도, 박수도 없었다'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이 12일(현지시간)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함께 등장해 오는 11월 대선 필승을 다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은 전날 부통령 후보 결정 사실을 발표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직접 해리스 의원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행사는 청중도 없이 취재진 등 소수의 인원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당연히 환호와 박수 소리는 없었고, 실내가 너무 조용해 구두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바깥에 수백명의 지지자가 있었지만 입장은 허용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두 사람은 코로나19 부실 대처와 지도력 부재를 성토하며 코로나19를 고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겠다는 의향을 분명히 했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을 재건할 시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안팎으로 만들어 놓은 엉망인 상태를 고치겠다는 일성을 내놨다.

그는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포괄적 계획을 세우겠다"며 마스크 착용, 분명하고 과학에 기반한 지침, 검사의 획기적 확대, 학교와 기업 정상화에 필요한 재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해리스 의원도 "트럼프가 초기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해 50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며 "전문가보다 더 잘 안다는 대통령의 망상적 믿음은 미국인이 코로나19로 80초마다 한 명씩 사망하는 이유"라고 맹비난했다.
해리스 의원은 주요 정당 중 세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이자 혼혈계 흑인 여성으로선 첫 후보에 오른 기록을 세웠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를 상기한 뒤 "오늘 아침 소녀들이 잠에서 깨어났고, 특히 흑인과 갈색인종 소녀들이 처음으로 그들 자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해리스 의원은 "나는 나보다 앞선 야심 찬 여성들을 유념하고 있다"며 "이들의 희생과 결단이 오늘 여기 나의 존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인종차별 문제를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을 공략했다.

이날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 시위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지 꼭 3년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역풍을 맞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신나치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횃불을 들고 현장에 나온 것을 기억하라", "히틀러의 독일에서 들었던, 용납할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역사적인 도시의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을 기억하라"고 호소했다.
해리스 의원도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와 체계적 불평등에 대한 도덕적 심판을 경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미국에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경제, 건강, 아이들 등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것이 위태롭다"며 미국이 새 리더십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해리스 의원을 비난한 데 대해서는 "징징대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 역사상 어떤 대통령보다 잘하는 것이라 놀랍지 않다"고 반격했다.

AP통신은 이날 회견에 대해 "청중은 없고 역사가 넘쳐났다"며 "마스크를 착용한 기자가 캠프 참모와 후보 가족보다 더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뉴욕타임스는 두 사람이 코로나19와 인종차별 해소 문제의 적임자를 자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싸우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융합할지 첫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