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도시에 한국 독립운동가 기념비 세워진다

지난 4월 고려인 시장 선출 아르툠시, 문창범 선생 조형물 설립 추진

러시아 연해주(州)에 위치한 소도시가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지도자인 문창범(文昌範·1870~1938) 선생을 기리는 기념비 설립을 추진한다. 연해주의 관문 도시인 아르툠시 메제닌 파벨 부시장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창범 선생과 관련해 메제닌 부시장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항일활동의 영웅이라고 알려졌지만, 그는 고려인(옛 소련권 토착 한인)과 러시아인 공동체 사이의 교류에 많이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메제닌 부시장은 고려인 사회의 지도자로 다양한 경제 활동에 관심을 기울인 문창범 선생이 러시아 사회와 고려인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아르툠시는 '꺼지지 않는 불꽃'(영원의 불꽃)이 위치한 아르툠시 중심지 공원 부근 등 기념비 설립 후보지 5곳을 선정해 검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은 러시아가 자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쟁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에 세운 추모 시설이다.

메제닌 부시장은 "지역에 있는 사업가와 고려인들로부터 (기념비 설립을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검토가 끝나는 대로 기념비 설립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아르툠시는 연해주의 관문 도시다.

약 5천명의 고려인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고려인인 권 뱌체슬라프가 시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권 시장은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택에서 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북 경원 출신의 문창범 선생은 최재형(崔在亨·1860∼1920) 선생과 더불어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의 중심점이었다.

러시아로 이주해 자수성가한 선생은 임시정부의 성격을 띤 최초의 조직인 대한 국민의회 의장이었고 연해주 3·1 운동의 중심에 섰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교통총장에 임명됐다.

선생은 1938년 러시아에서 순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문창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90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수원대 박환 교수는 지난해 자신의 논문 '대한국민의회 의장 문창범'에서 "최재형, 김 스탄게비치와 더불어 러시아에 귀화한 한인들 가운데 독립운동을 전개한 대표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문창범은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연해주 지역의 대표적인 지도자로 명실공히 러시아지역 한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