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단계 검토 착수…"수도권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올려야"

남대문시장 이어 동대문 상가서도 확진자 발생…곳곳 산발 감염
지역발생 환자 2단계 기준선 '50∼100명' 진입…'깜깜이' 비율 13.4%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4일 10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방역당국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하는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코로나19 확산세가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수도권만이라도 서둘러 2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 수도권 지역발생만 72명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103명으로, 이 가운데 지역발생 확진자는 85명으로 2단계 기준(50∼100명 미만)에 진입했다.지역발생 확진자는 10∼14일 17명→23명→35명→47명→85명으로 닷새째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수도권 환자(해외유입 제외)가 16명→13명→32명→41명→72명으로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경기도 교회와 고등학교, 서울 남대문시장 상가와 요양병원, 패스트푸드 체인(롯데리아)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전날에는 동대문패션타운 통일상가에서도 확진자 2명이 새로 나와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은 "일촉즉발 상황", "5∼6월(이태원클럽·물류센터 등 집단감염)보다 우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징후" 등 표현을 써가며 지금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각한 수준임을 경고하고 있다.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5월 6일 방역체계를 지금의 거리두기 1단계에 해당하는 '생활속 방역'으로 전환한 지 꼭 100일째인 전날 브리핑에서 2단계 상향 검토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이날 검토 착수를 공식화했다.

중대본은 "현재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향조정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지역감염이 일시적으로 확산해도 사회·경제적 활동의 제약이 수반되는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확산 범위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에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정부는 앞서 지난 2월 29일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체계를 도입한 이후 시행 강도에 따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3.22∼4.19),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4.20∼5.5)를 시행해 왔다.

현재는 명칭을 사회적 거리두기 1∼3단계로 통합해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 1단계 기준선 잇따라 깨져…"수도권에서 한번 발생하면 지방 전파 위험"
정부가 이처럼 긴장하는 이유는 기준 지표 4개 중 하나는 이미 1단계를 넘었고, 또 다른 하나는 1단계를 넘어 2단계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각 단계 전환은 최근 2주간의 환자 발생 추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일일 확진자 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핵심 기준인 일일 지역발생 확진자 수는 1단계 50명 미만, 2단계 50명∼100명 미만 기준이 적용되는데 지역발생 확진자가 전날 47명을 기록하며 2단계 기준에 근접한 데 이어 이날은 85명으로 치솟아 2단계 구간에 들어왔다.

또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환자 비율은 이미 1단계(5%) 기준을 뛰어넘었다.

최근 2주간(7.31∼8.13) 발생한 전체 확진자는 501명으로, 이중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67명으로 전체 13.4%를 차지한다.

[표] 방역수칙 단계별 전환 참고 지표
┌────────────┬────────────────────────┐
│ 구분 (최근 2주간) │ 사회적 거리 두기 │
│ ├────────┬─────┬─────────┤
│ │1단계 (생활속거 │ 2단계 │ 3단계 │
│ │ 리두기) │ │ │
├────────────┼────────┼─────┼─────────┤
│일일 확진환자 수(명) │ 50명 미만 │50명~100명│ 100∼200명 이상, │
│(지역사회 환자 중시) │ │ 미만 │1주 2회 더블링* 발│
│ │ │ │ 생 │
├────────────┼────────┼─────┼─────────┤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 │ 5% 미만 │ - │ 급격한 증가 │
│ │ │ │ │
├────────────┼────────┼─────┼─────────┤
│관리 중인 집단발생 현황(│ 감소 또는 억제 │지속적 증 │ 급격한 증가 │
│건) │ │ 가 │ │
├────────────┼────────┼─────┼─────────┤
│방역망 내 관리 비율(%) │증가 또는 80% 이│ - │ - │
│ │ 상 │ │ │
└────────────┴────────┴─────┴─────────┘

이런 위험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최근 감염자가 무증상·경증 상태로 지역사회에 상당 기간 머물며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양상이 잇따르는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전문가들 "수도권만이라도 2단계로 올려야"
감염병 전문가들도 현재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진단하면서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수도권만이라도 광복절 연휴(15∼17일) 이전에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거리두기 단계는 원칙적으로는 전국에 적용되지만, 지역별 유행 정도의 편차가 심한 경우에는 권역·지역별로 차등화할 수 있다.

실제 광주에서는 다단계판매 모임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하자 지난달 2일부터 약 4주간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려 시행했다.

이 기간 지역사회 이동량은 42% 감소하는 등 효과를 나타냈고, 지역발생 확진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당장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며 "특히 수도권에서 한번 발생하면 지방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어 거리두기 빨리 강화하고, 또 광복절 연휴 집회도 금지하고, 소모임 자제 등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 곳곳에 은밀한 전파가 이뤄지고 있는데 누가 감염자이고 누가 감염원인지 겉으로 모르는 '눈먼 자들의 도시'인 셈"이라며 "수도권이라도 한시적으로라도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