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하나에 5천원…하지만 농민 소득은 제자리입니다"

역대 최장 장마에 생산량 큰 폭 감소…방제 비용 지원 절실
"2년 전에는 물량이 넘쳐 밭에 갈아엎었는데 올해는 하루에 채 10상자도 안 나오는 상황입니다. 애호박 값이 아무리 올랐다고 해도 생산량이 달리니 농가는 이득이 없죠."
14일 강원지역 여름 애호박 주산지인 화천군 화천읍 풍산1리 농가에서 출하 작업을 하는 A(67)씨는 형편없이 줄어든 생산량에 한숨이 깊다.

예년 같으면 애호박을 8㎏ 상자로 하루에 30상자씩 생산했지만, 역대 가장 긴 장마에 출하량이 3분의 1 이상 떨어졌다.

그나마 최씨 농가는 나은 형편이었다. 그는 "일부 농가는 하루에 5상자도 채 나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현재 애호박 1개당 5천원 가까운 값에 팔리고 있다.

aT센터의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애호박 도매가격은 20개에 6만6천220원이다. 이는 같은 날 과거 평년 가격인 1만6천200원보다 4배 이상 치솟은 수치다.

이에 많은 소비자는 현재 애호박 농가가 큰 소득을 올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지 농가는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치솟은 가격에 비례해 출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화천지역 애호박 농가는 현재 생산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작물이 볕을 쬐지 못하자 세력이 약해져 잎과 작물을 떨어뜨리고 녹음병과 잿빛곰팡이병 등이 번져 내다 팔만한 애호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해를 입은 비닐하우스와 밭이 많아 복구 작업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이에 적용 약제와 영양제 등을 줘서 방제 작업과 촉성 재배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약값이 부담이다.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방제 작업에 들어가는 약값이라도 지원해주면 그나마 살릴 수 있는 작물이 늘어나 공급량이 상승하고, 이는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마로 습해진 날씨에 폭염까지 겹치면 애호박 순이 녹거나 병충해가 급속히 번질 위험이 커 적극적인 방제가 필수다.

농협 강원지역본부 관계자는 "이번 장마는 자연재해 수준이라서 농가가 부담해야 할 방제 비용이 상당하다"며 "농협도 수해 지역 농가에는 약값을 절반가량 지원하지만 한계가 있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원도에 따르면 이번 장마로 침수와 쓰러짐, 낙과, 유실 등 피해를 본 농가는 이날까지 15개 시군, 총 685㏊로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