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광복절 집회금지' 행정명령 2건 제동…나머지 8건 유효(종합2보)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광복절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법원이 서울시의 결정 일부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광복절 집회금지와 관련한 집행정지 신청들 가운데 나머지 대부분은 서울시와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14일 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광복절 집회금지 관련 집행정지 신청은 총 10건으로, 법원은 이 중 7건을 기각하고 1건은 각하 결정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끄는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국투본) 등이 신청한 2건만 인용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국투본이 서울시의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에 대해 신청한 집행정지 심문에서 원고 측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결정에 따라 국투본은 15일로 예정된 집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집회의 장소·방법·인원·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방역수칙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해 제한적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 자체의 개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이 사건 처분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필요 최소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근 서울 중심부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려왔음에도 해당 집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향후 집회 허가에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투본이 최근 개최한 집회에서 방역 대책을 마련해 관리해왔고, 일부 일탈 행위자를 제외하고는 방역 조치를 준수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집회의 개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법원은 "현시점에서의 코로나19의 수도권에서의 확산세, 집회 신고 장소의 유동인구, 집회 예상 참여 인원 등을 고려하면 집회에서 감염병 확산의 우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예상된다"며 "집회의 명목으로 물리적인 거리를 가깝게 해 모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수단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 또 다른 보수성향 단체 '일파만파'가 신청한 집회금지 집행정지 신청도 "집회 장소가 도심지역에 속한다 하더라도 별도의 적법한 처분을 거치지 않고 도심지역 내 일체 집회를 금지하는 서울특별고시만을 들어 해당 집회를 금지할 수는 없다"며 받아들였다. 앞서 국투본은 올해 4월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광복절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행진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시는 국투본을 포함한 단체들에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며 광복절에 신고된 집회를 자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따르지 않자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서울시가 밝힌 광복절 집회 신고 단체는 총 26곳으로, 신고한 참가 인원은 총 22만명이다.

이에 국투본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서에서 "코로나19를 이용한 서울시의 정치적이고 자의적인 (집회 금지) 처분으로 집회·결사의 자유가 근본적으로 침해됐다"며 "공연장이나 유흥업소 등 실내 밀폐 공간 영업은 허용하는 상황에서 집회를 금지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단체의 상임대표인 민 의원 역시 "서울시의 조처는 우파 자유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며 서울시의 집회 금지명령에도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투본을 비롯한 자유연대, 우리공화당 등 보수단체 역시 광복절 집회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다만 우리공화당은 이후 집회 장소를 광화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변경했다. 민주노총도 서울시의 집회 금지 행정명령에 불복하고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