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양평 서종면 '발칵'…"걱정에 뜬눈으로 밤새워"

현장 선별진료소엔 검사 받으러온 주민들 긴 줄…집에서 비닐장갑 챙겨오기도
"잔치 참석자 접촉한 사람이 한 둘이겠나…제대로 파악이나 할수 있을지"

"마스크 쓰셔야죠. 왜 안 쓰세요.여기선 조심해 주셔야 해요!"
15일 오후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한 마을에서 주민이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성인 3명을 보고 한 마디 내뱉었다.

타지역에서 왔다는 이들은 "죄송하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전날 밤 주민 31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 가운데 29명이 명달리숲속학교에서 이달 9일 '복달임'(보양식 먹는 일) 행사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주민이 후원해 어르신들을 대접하기로 했고, 폐교를 개조해 마을주민들이 체험행사장으로 운영하는 숲속학교를 행사장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마을에는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주민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구급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무더기 확진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주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한 60대 여성은 "나도 복달임 행사에 초대받았지만, 비도 많이 오고 코로나19가 걱정돼서 가진 않았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로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적이 없었는데 그날 어르신들께 복달임 음식을 대접한다는 게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당시 행사에 가족 전체가 간 경우도 있고, 한 명만 간 집도 있었다.

또 잔치가 끝난 후에 이 사람들을 접촉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겠느냐"며 "접촉자를 제대로 파악이나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조용했던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어젯밤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면서 "청정 지역인 명달리에는 암 환자 등 300명이 요양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왜 마스크를 안 쓴 건지…"라며 속이 탄다고 했다.

오후 1시쯤 명달리 마을회관 선별진료소에는 주민 20여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주민은 "11시 30분에 나와서 30분을 기다린 것 같다"며 "점심시간이 지나니까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였지만, 검사를 앞둔 이들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대부분이 앞뒤로 2m씩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혹시나"라며 집에서 비닐장갑을 챙겨 나왔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오늘은 확진자의 접촉자들 위주로 먼저 검사해드리려고 하는데, 접촉하지 않은 주민분들까지 많이 찾아오셔서 안내하는데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확진자에 포함된 김주형 명달리 이장은 "중복에 면사무소 인근 식당에서 복달임했는데 어르신들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고 코로나 감염 우려도 있어 말복 행사는 숲속학교에서 가졌다"며 "어르신들을 대접한다고 한 것이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고 난처해했다.

복달임 참가자 중에는 서울 광진구 29번 환자(80대 남성)가 포함됐다.

이 남성은 복달임 행사 나흘 뒤인 지난 1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평일에는 서울에 머물다가 주말에는 서종면 집에서 지내는데 12일 확진된 손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서종면에 역학 조사관 10명을 대거 투입해 확진자들의 동선과 접촉자 등을 파악하고 있다.또 명달리 마을회관을 비롯해 서종면사무소, 명달리 다남의원에도 현장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접촉자를 포함한 희망 주민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