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6개월 맞은 대구 의료계…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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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응급실 줄줄이 무너지자 병원들 코로나19에 맞춰 자체 진화
'1차 방어선' 대구의료원…대구시 인구 0.5% 감염 가정해 2차 대유행 대비 "잠시만요. QR코드 빨간색이네요.
코로나 검사받으신 적 있나요?"
지난 6일 오후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스텔라관 2층 입구에서 한 어린이 환자의 보호자가 휴대전화에 생성된 QR코드를 내밀자 의료진은 일순 분주해졌다.
호흡기 질환과 발열 증세가 있던 환자는 사전 문진 조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우려를 뜻하는 붉은색 테두리의 QR코드를 받았다. 다행히 환자는 미리 선별진료소에서 받아둔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지를 제출하고 병원에 들어섰다.
한때 하루 확진자가 741명까지 나왔던 대구에서는 지난달 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43일 동안 지역사회 감염이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달 넘게 이어진 지역 감염 '0명'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일상처럼 의료계도 사라진 듯 사라지지 않은 코로나19와 아직 전쟁을 치르고 있다. ◇ 의료시스템 붕괴…코로나19에 자체 진화한 종합병원들 대구에서는 지난 2월 18일 신천지 대구교회를 시작으로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병 취약 시설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대학병원 응급실과 보건소는 줄줄이 폐쇄됐고 보건소 직원이나 의료진이 감염되는 상황까지 빈발했다. 지난 3월 초 확진자 2천300여명은 즉각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택 등에서 자가격리하며 입원 순번을 기다려야 했다.
초기 사망자 75명 중 약 23%는 입원조차 하지 못한 채 숨졌다.
유례없는 집단 발병은 의료공백으로 현실화했다. 3월 2일 생활치료센터가 등장하며 비교적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은 병실 밖에서 치료를 받았고, 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은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민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 역할을 해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166일간 병실 전체를 경증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내놓았다.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지난 3일까지 누적 환자 1천67명을 치료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봤다.
칠곡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며 코로나19 진단 검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중증환자를 전담한 경북대병원은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코로나19 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비, 바람 등 기후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존 이동식 음압 텐트를 철거하고 냉난방기 시설을 갖춘 컨테이너 형태 코로나19 진료소를 설치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은 코로나19 중증환자와 가족의 마지막 순간을 위한 전용 임종실을 운영했다. ◇ 코로나19 1차 방어선 '대구의료원'
코로나19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감염 취약 계층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재난이다.
감염병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은 지난 2월 코로나19 첫 의심 환자(다음날 확진 판정)를 동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시키며 비상 진료체제로 전환했다.
외래진료가 정상화된 지난 6월 중순까지 837명이 코로나19로 입원했으며, 선별진료소는 5천826명이 다녀갔다.
대구의료원 의료진의 흔들림 없는 사명감에 박수가 이어졌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공공의료 강화, 지방의료원의 역할과 방향에 숙제도 남겼다.
김건엽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12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토론회 '코로나19 최전선, 대구의료원의 역할과 과제 및 공공의료 확충 방안'에서 "대구의료원의 우선적 기능 보강과 중장기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구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고생했음에도 의료진의 처우는 열악하다"며 "2019년 간호사 사직율은 26.9%(55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지원, 처우개선, 코로나19로 멈춘 대구의료원 공공사업 공백까지 메울 대안으로 제2 의료원 설립 추진을 논의할 때"라고 했다. ◇ 재유행 '2차 파도'에 대응하는 이들
최근 대구에서 코로나19 지역 감염 환자가 43일 연속 나오지 않았던 것을 두고 "예상대로"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1차 유행 초창기부터 코로나19 취약 시설, 집단, 연령대에서 확진자가 나올 만큼 나왔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시민 0.5%가 감염됐을 상황을 가정한 '2차 대유행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
확진 환자 발생 추이별로 단계적 조치와 대책을 마련하며, 코로나19가 감기 등 인플루엔자로 인한 호흡기 질환과 동시에 유행했을 경우까지 고려했다.
이재홍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 코로나19 백서발간추진단 TF 단장은 "지난 6개월 동안은 대구 외 지역에서 의료인력, 시설 등 많은 지원이 있었으나 2차 대유행은 전국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그때는 대구만의 자원으로 대유행을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관리지원단장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완치자들의 혈장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완치자 중 항체가 충분히 있는 사람들을 모아 약을 만드는 중"이라며 "향후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2차 대유행 우려에 대해 그는 "언제나처럼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해외에서 들어오는 감염자를 잘 관리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차 방어선' 대구의료원…대구시 인구 0.5% 감염 가정해 2차 대유행 대비 "잠시만요. QR코드 빨간색이네요.
코로나 검사받으신 적 있나요?"
지난 6일 오후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스텔라관 2층 입구에서 한 어린이 환자의 보호자가 휴대전화에 생성된 QR코드를 내밀자 의료진은 일순 분주해졌다.
호흡기 질환과 발열 증세가 있던 환자는 사전 문진 조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우려를 뜻하는 붉은색 테두리의 QR코드를 받았다. 다행히 환자는 미리 선별진료소에서 받아둔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지를 제출하고 병원에 들어섰다.
한때 하루 확진자가 741명까지 나왔던 대구에서는 지난달 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43일 동안 지역사회 감염이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달 넘게 이어진 지역 감염 '0명'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일상처럼 의료계도 사라진 듯 사라지지 않은 코로나19와 아직 전쟁을 치르고 있다. ◇ 의료시스템 붕괴…코로나19에 자체 진화한 종합병원들 대구에서는 지난 2월 18일 신천지 대구교회를 시작으로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병 취약 시설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대학병원 응급실과 보건소는 줄줄이 폐쇄됐고 보건소 직원이나 의료진이 감염되는 상황까지 빈발했다. 지난 3월 초 확진자 2천300여명은 즉각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택 등에서 자가격리하며 입원 순번을 기다려야 했다.
초기 사망자 75명 중 약 23%는 입원조차 하지 못한 채 숨졌다.
유례없는 집단 발병은 의료공백으로 현실화했다. 3월 2일 생활치료센터가 등장하며 비교적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은 병실 밖에서 치료를 받았고, 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은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민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 역할을 해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166일간 병실 전체를 경증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내놓았다.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지난 3일까지 누적 환자 1천67명을 치료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봤다.
칠곡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며 코로나19 진단 검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중증환자를 전담한 경북대병원은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코로나19 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비, 바람 등 기후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존 이동식 음압 텐트를 철거하고 냉난방기 시설을 갖춘 컨테이너 형태 코로나19 진료소를 설치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은 코로나19 중증환자와 가족의 마지막 순간을 위한 전용 임종실을 운영했다. ◇ 코로나19 1차 방어선 '대구의료원'
코로나19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감염 취약 계층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재난이다.
감염병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은 지난 2월 코로나19 첫 의심 환자(다음날 확진 판정)를 동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시키며 비상 진료체제로 전환했다.
외래진료가 정상화된 지난 6월 중순까지 837명이 코로나19로 입원했으며, 선별진료소는 5천826명이 다녀갔다.
대구의료원 의료진의 흔들림 없는 사명감에 박수가 이어졌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공공의료 강화, 지방의료원의 역할과 방향에 숙제도 남겼다.
김건엽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12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토론회 '코로나19 최전선, 대구의료원의 역할과 과제 및 공공의료 확충 방안'에서 "대구의료원의 우선적 기능 보강과 중장기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구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고생했음에도 의료진의 처우는 열악하다"며 "2019년 간호사 사직율은 26.9%(55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지원, 처우개선, 코로나19로 멈춘 대구의료원 공공사업 공백까지 메울 대안으로 제2 의료원 설립 추진을 논의할 때"라고 했다. ◇ 재유행 '2차 파도'에 대응하는 이들
최근 대구에서 코로나19 지역 감염 환자가 43일 연속 나오지 않았던 것을 두고 "예상대로"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1차 유행 초창기부터 코로나19 취약 시설, 집단, 연령대에서 확진자가 나올 만큼 나왔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시민 0.5%가 감염됐을 상황을 가정한 '2차 대유행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
확진 환자 발생 추이별로 단계적 조치와 대책을 마련하며, 코로나19가 감기 등 인플루엔자로 인한 호흡기 질환과 동시에 유행했을 경우까지 고려했다.
이재홍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 코로나19 백서발간추진단 TF 단장은 "지난 6개월 동안은 대구 외 지역에서 의료인력, 시설 등 많은 지원이 있었으나 2차 대유행은 전국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그때는 대구만의 자원으로 대유행을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관리지원단장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완치자들의 혈장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완치자 중 항체가 충분히 있는 사람들을 모아 약을 만드는 중"이라며 "향후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2차 대유행 우려에 대해 그는 "언제나처럼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해외에서 들어오는 감염자를 잘 관리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