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헌법10조' 내세워 한일·남북 변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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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주년 광복절 경축사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헌법 10조’를 키워드 삼아 한·일과 남북한 관계에 변화를 모색할 의지를 밝혔다. 헌법 10조는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의 존엄과 행복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를 앞세워 한·일관계와 남북관계 모두 협력의 여지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언제든 日과 마주 앉을 준비
지금 협의의 문 활짝 열어둬"
日에 강제징용 문제 촉구
반일·극일 관련 메시지는 빠져
"남북협력은 핵·군사력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
반일·극일 메시지 대신 우호·협력
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는 친일역사 청산 등 반일 메시지와 극일 메시지는 반영하지 않았다.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었고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일본의 반발에 대해서는 “3권 분리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법원 판결이 3권 분립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인권을 매개로 양국의 거리를 좁혀가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소송을 제기한 4명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이춘식 할아버지 사례를 소개하며 헌법 10조의 가치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셨다”며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판결이 3권 분립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지난해보다 유연한 대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7월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가 시작된 이후 개최된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일본을 겨냥해 “이웃 나라에 불행을 줬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전쟁 위협 항구적으로 해소”
남북협력 해법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남북협력과 관련해선 “방역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로 남북의 국민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최근 집중호우 기간에 북한의 황강댐 방류 문제 등과 같은 현실적 문제 해소를 위한 협력에서 시작해 보건의료,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까지 확대해가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이야말로 남북 모두에 있어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라며 인도주의적 상호 교류 등의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선열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다만 북·미대화 교착 속에 남북관계 역시 장기간 냉기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제안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홍수피해 복구 과정에서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지시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반응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문 대통령은 올해 경축사에서 ‘국민’을 31회, ‘개인’을 15회 언급했다. 일본은 지난해 12회에서 8회로 줄었으며 북한은 지난해 9회 언급했으나 올해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남북’ 표현을 8회 사용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