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0.02% vs KB 0.53%…서울 아파트값 상승 수치 누가 맞나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0.02%로 줄어 안정세를 찾고 있다." (한국감정원)
"서울이 0.53% 오르면서 좀처럼 상승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KB국민은행)
사진=연합뉴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이 8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시황 조사에서 각각 엇갈린 서울 집값 통계를 내놔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13일 “‘7·10 대책’ 관련 부동산 세제 강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8·4 공급대책’ 발표에 따라 매수세가 위축되며 상승폭이 직전주(0.04%) 대비 줄었다”고 발표했다. 반면 같은날 KB국민은행 조사에선 8월 첫째주 상승률(0.39%)보다 오히려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정원은 송파(0.00%)·서초구(0.00%)가 보합으로 전환했다고 밝혔으나,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두 지역은 각각 0.64%, 0.59%씩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집값 통계는 주택 시장의 양대 지표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은 국내 유일하게 국가공인 아파트값 통계를 낸다. KB국민은행도 과거 한국주택은행 시절부터 시작해 30년 가까이 데이터를 쌓아왔다. KB국민은행의 시세, 이른바 KB시세는 주택담보대출 계산의 근거 자료로 쓰인다.

이들 통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조사 대상이 되는 범위와 방식 등이 달라서다. 둘다 전국의 아파트 중 표본을 정해 가격을 조사하는데, KB국민은행은 전국 152개 시군구에서 3만1800가구의 가격을 조사한다. 한국감정원은 전국 176개 시군구의 아파트를 조사해 조사 지역은 더 넓지만 표본 크기는 9400가구로 KB국민은행의 약 30%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은 약 350명의 조사직원들이 직접 표본의 실거래가를 조사한다. 실거래가 없을 때는 중개업소와 호가 등을 참고해 감정원 직원이 평균을 낸다. KB국민은행은 지역 중개업소에 표본 아파트의 시세를 하한가·일반가·상한가 등으로 나눠서 입력하도록 하는 식이다. 시장에선 대체적으로 한국감정원의 통계가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거래가 집계 과정에서 급매나 특이거래 등을 제외하는 등 통계적인 조정을 거치기 때문에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정부기관 직원인 한국감정원보다 일선 중개업소가 체감하는 시세가 시장 변동을 더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정원 통계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KB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6억6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52%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통계를 근거로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은 14.2%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3년간 10%대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며 “한국감정원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