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지층 호소전략 해석…중도 확장성엔 제약일수도 김원웅 논란·친일인사 파묘 놓고 김부겸과도 온도차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낙연 후보의 발언이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그간 현안에 대해 지나치게 신중한 접근으로 때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8·29 전당대회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자기 정치'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광복절 기념사 논란과 관련해 "광복회장으로서는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며 사실상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국립현충원에 있는 친일 인사의 묘를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에 대해선 "대상 선정이나 접근방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를 붙이면서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이런 발언은 특히 당권 경쟁자인 김부겸 후보의 입장보다도 한발 나아간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이날 광복회장의 발언 논란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국민 통합이라는 관점을 조금 더 고려하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친일인사 파묘 입장에 대해선 "지금은 너무 이르다"며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그런가 하면 이 후보는 전날 광복절 집회 참가를 독려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 대해서도 "담당 재판부는 바로 재구속해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신속히 내놨다.
이 후보의 보다 선명해진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후보를 앞지른 이재명 경기지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발언이 선명성을 띠는 것은 여권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집토끼를 잡아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 자신도 "총리는 2인자지만 당 대표는 1인자다.
(당 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며 변신을 예고한 만큼 이런 경향성은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런 행보가 향후 대권주자로서 이 후보의 중도 확장성에 제약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그간 이 후보가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요인 중 하나로 '균형감각'이 꼽히는데 선명성을 띤 발언들은 진보 진영에만 소구력이 생겨 자칫 중도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