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前 비서실장 "성추행 호소 못 들어봐"…피해자 측 텔레그램 대화 공개해 반박

경찰 조사서 엇갈린 진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근무 당시 수차례 전보를 요청했는지를 두고 서울시 관계자와 피해자 측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과거 피해자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김주명·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 서울시 관계자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는 4년 동안 20여 명의 시 관계자에게 고충을 호소했다”며 “수많은 비서실 근무자가 피해자의 성고충 관련 호소와 전보 요청 대화에 연결돼 있는데도 역대 비서실장들이 나서서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들 단체가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7년 6월 “1월까지는 (비서실에) 있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장님 설득시켜 주시고 꼭 인력개발과에 보내준다고 하신다”고 했다.

그러자 대화 상대방은 “1월에는 원하는 곳에 꼭 보내주도록 하겠다”, “마음 추스르시고 파이팅”, “이번엔 꼭 탈출하실 수 있기를” 등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인사 이동을 요청해왔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답변을 보냈다. 피해자는 또 같은 해 10월 25일 “실장님께서 남아주면 좋겠다고 해서 고민이 많이 되는 상태”라며 비서실장이 직접 피해자의 전보를 만류했다는 내용을 인사 담당 주임에게 전하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 전 비서실장(재직 2018년 7월 2일~2020년 4월 6일)은 이날 오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오 전 실장은 “고소인의 피해 호소, 인사 이동 요청 등을 들은 바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제출했다. 그는 “고소인 측이 박 전 시장이 이미 사망한 점과 비서실 직원들이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박 전 시장과 함께 시정에 임했던 이들을 인격살해하고, 서울시 명예를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지난 13일에는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전 비서실장)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원장 역시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으며 방조와 묵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