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합당, 공시가격 위헌소송 낸다
입력
수정
지면A1
"국회 동의없이 공시가격 인상미래통합당이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부과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한다. 주택 공시가격 조정을 통한 보유세 인상이 헌법이 정한 조세법률주의(59조)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세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세금 부담을 높인 게 위헌인지가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조세법률주의·평등주의 훼손"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통합당 부동산시장정상화특별위원회는 다음달 4일부터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감정평가학회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주제로 세 차례 토론회를 연다. 통합당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시세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식’ 등으로 공시가격을 올려 보유세 부담을 높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서울 강남구의 공시가격은 연평균 18.3% 상승했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6.1%)의 세 배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서울지역의 연평균 공시가격 상승률(12.8%)도 전국 평균보다 두 배가량 높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통합당은 부동산 가격대별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달리하고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조세평등주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경준 통합당 의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동의 없이 결정한 공시지가로 인해 재산세 종부세는 물론 준조세 성격의 건강보험료까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 원칙을 심각히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값 그대론데 보유세 올라…공시가 인상發 세금폭탄은 위헌 소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집권 후 23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수요자인 1주택자들까지 “부동산 보유세가 너무 빨리 오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런 세금 인상의 적지 않은 부분이 “국회의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 집단인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통합당의 위헌 소송을 측면 지원하고 나선 것도 “법리적으로 위헌소지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도 지난 7일 비슷한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국회 동의 없이 세금 인상
위헌 소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헌법 59조에 명시된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8년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과 지난해 12월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 등을 통해 주택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시세 반영비율을 올렸다. 이에 따라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결정된 올해 서울 강남구의 평균 공시가격은 10억5382만원으로 지난해(8억4453만원)보다 24.7% 올랐다. 최근 3년간은 65.1% 급등했다. 평균 공시가격(10억5382만원) 수준의 주택을 한 채 보유한 A씨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2017년 161만7754원에서 올해 349만6150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집값이 제자리걸음한다 해도 A씨가 부담할 내년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63만1285원으로 올해(43만1852원)보다 46.18% 증가한다. 집값이 직전 3년 평균 수준(18.29%)으로 오를 경우 종부세는 149만2477원으로 올해의 3배로 급증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인상한 후 1주택자들의 보유세까지 크게 오른 게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따라 시세반영비율도 차이
두 번째 위헌 소지는 헌법 11조에 근거한 ‘조세평등주의’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시세반영비율을 인상하면서 아파트의 경우 △시세 9억원 미만 68.1% △9억~15억원 70% △15억~30억원 75% △30억원 이상 80% 등으로 집값에 따라 반영 비율을 달리 정했다. 비싼 집의 시세 반영 비율을 더 높인 것이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국회가 위임한 재량권이 세금을 차별적으로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국토부는 제도 개편 당시 “2019년 기준 전체 공동주택(아파트)의 96%가 9억원 미만”이라며 “대다수 국민은 거의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지난 1월 서울 아파트의 중간값은 9억원을 넘어섰다.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예산정책처 등 국회 연구기관들도 “정부의 공시가격 제도가 입법 취지와 다르게 운영된다”고 비판했다.
통합당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헌법재판소의 본안 회부 여부는 청구일 기준 통상 한 달 안에 결정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방세 중과 대상이 되는 ‘고급주택’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에 대해 과거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헌재가 비슷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좌동욱/고은이/이인혁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