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文정부 들어 3배 급증

월 평균 부정수급 의심 건수…2016년 22건→올 상반기 70건
정부, 복지예산 늘리기 급급…사각지대 관리 감독은 소홀
사진=뉴스1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일자리안정자금, 긴급생계자금 등 정부 보조금이 새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보조금 부정수급 의심 건수가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정부가 현금성 복지 등 보조금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누수 막기엔 소홀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는 올 상반기 보조금 부정수급 조사 건수가 423건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센터에 접수된 제보 가운데 부정수급이 의심돼 조사에 들어간 건수다.

상반기 부정수급 의심 건수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70.5건이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22.9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1배로 늘었다. 월평균 부정수급 건수는 2017년 26.5건, 2018년 53.0건, 지난해 63.8건 등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조사 건수 가운데 혐의가 드러나 소관 부처 등으로 이첩·송부한 건수도 2016년 월평균 17.8건에서 올 상반기 48.8건으로 증가했다.

부정수급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센터와 정부 부정수급점검 태스크포스(TF)의 보조금 환수결정액을 합친 액수는 2018년 660억원에서 작년 1240억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부정수급액은 조사 건수 증가세를 고려할 때 2000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부정수급이 급증한 원인은 정부가 보조금 예산을 대폭 늘린 데 있다. 2017년 59조6000억원이던 중앙정부 보조금은 올해 86조7000억원으로 불었다. 올해는 1,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하면 105조7000억원에 이른다.

교사·공무원이 저소득층 생계자금 타내기도

지난 6월 대구에서 시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사건이 터졌다. 대구시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지급한 ‘긴급생계자금’을 공무원, 교원 등 3000여 명이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업은 공무원과 교원은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상당수 공무원·교원 가구는 심사 과정이 허술하다는 점을 노리고 생계자금을 챙겼다가 덜미를 잡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한 예산마저 빼먹으려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복지·고용 보조금 부정수급 급증

보조금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 달성 목적으로 나랏돈을 무상 지원하는 예산을 말한다.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급여형’, 국민생활 향상 등을 위한 사업비를 보조하는 ‘사업형’이 있다. ‘공짜’로 받는 돈이다 보니 조금만 감시가 약하면 부정수급이 일어나기 쉽다. 긴급생계자금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보조금 사업 전반에 부정수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의 올 상반기 월평균 부정수급 조사 건수는 70.5건으로, 2016년(22.9건)의 3.1배로 늘었다. 조사 결과 혐의가 드러난 건수도 같은 기간 2.7배로 증가했다.

복지·고용 분야 부정수급이 심각하다. 2017년 5월~2020년 6월 신고센터의 보조금 환수결정액(703억원) 가운데 복지·고용 분야(457억원)가 65%에 이른다. 현 정부 들어 복지 수당과 고용장려금을 대폭 늘리자 “이때가 기회”라며 부정수급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일례로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정수급 가구는 2016년 1만9000가구였으나 작년 3만7000가구로 뛰었다. 같은 기간 부정수급액도 205억원에서 265억원으로 늘었다. 2017년 ‘이영학 사태’가 터진 뒤 정부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영학 씨는 고급 외제차를 여러 대 몰고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기면서도 재산·소득을 숨겨 생계급여 등을 1억원 넘게 챙겼다. 올해도 임금을 딸의 계좌로 받아 소득을 숨기는 방법 등으로 생계급여를 부정수급한 사례가 권익위로부터 여럿 적발당했다. 일자리안정자금 등 고용장려금과 어린이집 등 복지시설 보조금, 실업급여 등 부정수급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보조금 관리 시스템 개혁해야”

부정수급 사건 가운데는 민간과 정부의 유착이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대구시는 2017~2019년 한 시민단체에 나무 심기 예산 18억7000만원을 부당 지원했다가 올 6월 감사원에 덜미를 잡혔다. 하천 부지에 나무를 심을 때 필수인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는데도 보조금을 퍼줬다. 감사원은 “대구시가 해당 시민단체 이사장이 전 대구시장이라는 이유 등으로 법령 준수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용을 부풀려 보조금을 빼먹는 수법도 부정수급의 단골 사례다. 한국발레협회는 2018년 발레 공연을 열면서 무대제작비 등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공연 보조금 4700만원을 타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보조금 늘리기에만 치중하고 재정 누수 막기엔 소홀한 것이 부정수급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보조금 부정수급자는 최대 5년간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제도화되지 않았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등처럼 보조금 수급자 정보를 일반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부정수급 예방에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우리도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