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美 제재로 신용카드 못 써 불편" 토로

'홍콩보안법' 놓고 미국이 금융제재
신규 계좌 개설 등 지연…카드 이용도 어려워
"그래도 난 중국 본토 편" 공산당 의식 발언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최근 미국의 제재로 신용카드를 제대로 쓸 수 없다고 불평했다. 미국은 지난 7일 람 행정장관 등에 대해 홍콩 자치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금융 제재를 발동했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람 행정장관은 전날 중국 국영 CGT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 이후) 일상생활 이곳저곳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신용카드 사용이 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어느 금융사나 은행이 미국 기업과 연관됐는지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불평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7일 람 행정장관,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장을 비롯한 홍콩 전·현직 관료와 중국 본토 관료 등 11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한 데에 대한 맞수였다.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람 행정장관 등이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했고, 홍콩 시민의 집회·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에 따라 람 행정장관 등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됐다. 미국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도 금지됐다. 제재 명단에 오른 이들은 직계가족까지 미국 입국을 할 수 없다. 이 제재로 미국에서 영업 중인 홍콩 내 주요 은행들은 람 행정장관을 비롯한 제재 대상 11명에 대해 신규 계좌 개설 등을 지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람 행정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제재는 전혀 정당하지 않다"며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람 행정장관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개인적인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마음에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가와 홍콩을 위해 옳은 일을 계속 할 것"이라며 "역사적인 시대에 안보를 지키는 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본토 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을 영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