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사는 알래스카 보호구역…美, 석유·가스 개발 허용한다

북미내 원유 매장량 '최다'
원유 공급과잉·환경 문제 걸림돌
연내 기업들에 공유지 경매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알래스카 북동부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에서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공유지 경매에 나서기로 했다. ANWR 개발은 그동안 경제적 효과와 환경보호 사이에서 논란이 돼 왔다. 최근 석유 과잉 문제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내무부는 이날 ANWR 내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공유지 경매 준비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낙찰받은 기업들은 이 지역에서 석유·가스 탐사를 할 수 있다.

다만 추가 승인 절차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석유 생산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드 번하트 미 내무장관은 “연말까지는 틀림없이 공유지 경매가 이뤄질 수 있다”며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가스 개발이 허용되는 ANWR은 총 7만8051㎢(약 1928만 에이커) 규모로, 이 가운데 6070㎢ 규모의 평지 지대는 북미 내륙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추정된다.수십 년간 석유 시추가 금지됐던 ANWR 개발이 가능해진 것은 2017년 미 공화당 주도로 관련 법을 통과시키면서부터다. 알래스카 지역 정가에서는 석유·가스 개발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부양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오늘 발표는 새로운 에너지를 책임 있게 개발하려는 알래스카의 40년 여정에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며 ANWR에 43억∼118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석유 수요가 줄고 있어 투자자들이 거액의 비용을 감당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석유업계 불황으로 기업들은 큰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에 돈을 쓰지 않고 있다”며 “멀리 떨어진 북극에서의 탐사와 인프라에 투자할 현금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 문제도 개발에 걸림돌이다. ANWR은 북극곰과 순록 등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환경단체들은 ANWR 개발이 북극권 생태계와 야생동물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즉각 소송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당인 미 민주당과 함께 의회에서도 개발 저지 활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