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무죄 받은 판사들 다음 달 2심 본격화

'재판개입' 임성근·'재판누설' 유해용 첫 공판기일 지정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현직 판사들의 항소심 재판이 다음 달 시작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표현덕 김규동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첫 공판 기일을 다음 달 24일로 지정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의 요구에 따라 담당 사건 재판장에게 판결 선고 전에 재판 과정에서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기사가 허위라는 중간 판단을 내리도록 했다고 봤다. 임 부장판사는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 사건 재판장에게 요구해 양형 이유 중 민감한 표현을 수정하게 한 혐의, 원정도박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들을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 판단을 뒤집어 약식으로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이를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런 행동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며 올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권자는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에 관해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에 비춰볼 때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검찰은 "(1심 판단대로라면) 사법부 내 인사권자나 상급자의 어떠한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항소했다.
사법농단 사건 가운데 처음 1심 판결을 받은 이른바 '재판 누설' 사건의 항소심도 다음 달 공판이 시작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장철익 김용하 부장판사)는 유해용(54)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의 항소심 첫 공판 기일을 다음 달 15일로 지정했다. 유 전 수석은 대법원에서 근무하던 2016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휘하 연구관에게 특정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퇴임 후 개인적으로 가져 나가고,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재판 경과 문건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검토보고서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보고서를 공공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올해 1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관행이었다거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바로잡겠다"며 항소했다.
한편 현재까지 사법 농단에 연루돼 기소된 전·현직 법관들 가운데 1심 판결을 받은 것은 임 부장판사와 유 전 수석을 비롯해 총 5명으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나란히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올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의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8부(정종관 이승철 이병희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며, 공판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