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무제표 9년간 200조 오류…계산 틀리고, 자산 이중 등재

연평균 오류금액 22조…예산처 "신뢰하기 힘든 수준"

입력 오류·수치 누락 등 매년 반복 '기본이 안된 회계'
국토·국방·해수부 오류 많아 "기업이면 형사처벌 수준"
OECD 국가 56%가 의견 제시…감사원은 한번도 안해
국가 재무제표가 연평균 22조원 규모의 오류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반복적으로 계산 실수, 수치 누락 등 ‘기본이 안 된’ 회계처리가 적발되는데도 오류금액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이라면 담당자 징계나 형사처벌 조치까지 내려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재무제표, 수치 훼손 심각”

국회예산정책처가 18일 발간한 ‘2019회계연도 결산 분석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재무제표가 국회에 제출되기 시작한 2011년(회계연도 기준)부터 2019년까지 9개년 동안 총 200조1000억원의 오류금액이 발생했다. 연평균 22조2000억원 규모다.

감사원이 각 정부 부처 회계결산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했거나, 당해 회계결산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이듬해 발견해 수정한 금액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 재무제표 수치가 매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재무제표 오류금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19조800억원, 2017년 20조원, 2018년 23조원에서 지난해에는 23조4000억원으로 늘었다.오류는 주로 일반유형자산이나 사회기반시설과 관련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유형자산은 행정활동에 1년 이상 사용할 목적의 토지 건물 집기 비품 등을 말한다. 사회기반시설은 도로 철도 항만 댐 등 대규모 자산이다. 2019회계연도 기준으로 일반유형자산은 국가 총자산의 25.1%, 사회기반시설은 14.6%를 차지하고 있다.

계산 잘못하고, 말소된 토지 등재하고…

국가 재무제표 오류가 발생하는 주요 요인은 계산상의 실수와 ‘국가회계기준에 관한 규칙’ 등 관련 법령의 잘못된 적용, 사실 판단의 잘못, 사실의 누락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수치를 입력했거나, 말소된 토지를 국유재산대장에 등재하는가 하면 자산을 이중으로 등재한 사례 등이다.정부 부처별로는 국토교통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오류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 부처별로 오류 수정금액이 파악된 2012년부터 조사한 결과 국토부는 당해 회계연도 결산 과정에서만 2019년까지 총 33조원의 오류가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은 14조2000억원, 국방부는 11조9000억원, 농식품부는 5조4000억원, 해수부는 6조8000억원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사업부서에서 업무 이해가 부족하거나 절차를 누락해 발생하는 오류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부처 담당자나 감사원 모두 책임 피해

전문가들은 국가 재무제표의 오류가 민간기업이라면 위법 문제가 불거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홍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과장은 “민간기업이라면 기업 담당자는 물론 감사인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주식회사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회사 담당자나 감사인은 징역,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반면 국가회계법 등에서는 국가 재무제표 오류와 관련해 제재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감사원이 국가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감사원이 결산검사를 할 때 왜곡을 적발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재무제표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독립된 감사기구에서 감사의견을 제시하는 비중은 56%에 이르고 있다. 각 OECD 국가 감사기구에서 제시한 의견은 2016년 기준으로 38%는 ‘적정’, 15%는 ‘부적정’, 3%는 ‘감사의견 보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4%는 감사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