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검찰직제개편 입법예고 생략 논란…과거엔 어땠나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 작년이래 8회 개정…입법예고 한차례
檢 인력배치 규정 담은 검사정원법 시행령은 개정시 빈번한 입법예고
정부가 검찰 직제개편안 개정을 추진하면서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을 불렀다. 정부는 대검 반부패·강력부·공안부 담당 차장검사급 직위 4개를 없애는 안과 공판검사 인력을 늘리는 방안 등을 담은 '검찰청의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을 최근 추진하면서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했다.

검찰청 직제를 담은 대통령령인 '검찰청의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은 소관부처가 행정안전부여서 입법예고를 할지 여부는 행안부가 법제처와의 협의하에 결정한다.

다만 법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격인 법무부는 행안부에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입법예고는 국민의견 수렴 절차…5개항 해당시 생략 가능
입법예고는 법령 등을 제·개정하거나 폐지하려할 때 관련 부처가 국민들에게 사전에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입법예고를 거친 법안은 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국회의결 등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입법예고의 근거 규정은 행정절차법에 있다. 행정절차법 41조는 "법령 등을 제정ㆍ개정 또는 폐지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입법안을 마련한 행정청은 이를 예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①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 또는 예측 곤란한 특별한 사정의 발생 등으로 입법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 ②상위 법령등의 단순한 집행을 위한 경우 ③입법내용이 국민의 권리ㆍ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 ④단순한 표현ㆍ자구를 변경하는 경우 등 입법내용의 성질상 예고의 필요가 없거나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⑤예고함이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예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행안부, '檢직제개편, 국민 권리·의무와 관련없다' 판단
행안부는 이번 검찰 직제 개편안이 입법예고 생략이 가능한 3번째 사유, 즉 법령 개정 내용이 국민 권리·의무·일상생활과 무관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행안부 관계자는 전했다. 행안부의 관련 업무 담당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올해 들어 각 부처 직제가 담긴 대통령령 개정안들은 전부 입법예고가 생략됐다"며 "직제의 경우 보통 한 부처의 조직과 기능을 표시하는 것인데, 보통 직제 변경으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檢직제 담은 '검찰청사무기구규정' 작년이래 8회 개정…그중 입법예고 1회
그렇다면 최근 이뤄진 검찰 직제 개정, 즉 '검찰청의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시 입법예고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18일 전자관보 등에 따르면 검찰청의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은 작년 이래 총 8회(작년 5회, 올해 현재까지 3회) 있었고 그 중 입법예고된 것은 한차례였다.

작년 7월 16일자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 개정 입법예고안은 '공안'의 개념을 대공 테러 등 고유영역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 검찰 '공안부' 명칭을 '공공수사부'로 변경하고 공공수사부 업무에서 '공안·노동 정세 조사'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즉 검찰 직제 관련 대통령령은 입법예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입법예고가 이뤄진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안과 연결된 정부부처가 많고, 국민이 공안에 대해 가진 인식이 확고히 잡혀있기 때문에 공안부 명칭 관련 직제 개편에 대해 (예외적으로) 입법예고를 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검사 인력배치 사항은 세세히 입법예고…기준 모호
입법예고가 드물었던 검찰 직제 법령과 달리, 검찰의 인력배치 방안을 담은 법령은 빈번하게 입법예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7월23일 검찰청 송무 담당 인력 26명을 법무부로 옮기고 법무부에 법무실 송무심의관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법무부령)'이 입법예고됐다.

또 서울고검 검사 정원 18명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정원 2명을 감축해 대검 과장 정원으로 이체·조정하는 내용의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작년 7월16일 입법예고됐다.

인천지검과 수원지검의 검사 정원 1명씩 감축해 대검의 성평등정책담당관 및 검찰연구관 정원으로 이체·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도 작년 2월25일 입법예고됐다.

그리고 작년 1월15일에는 증원된 검사 40명 중 4명은 수원고검장, 수원고검 검사(3명), 나머지 36명은 지방검찰청 및 지청 검사로 배정하는 내용의 검사정원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바 있다.

결국, 보다 큰 틀의 검찰 조직개편 방안을 담은 직제개편안은 국민 의견수렴 과정(입법예고)을 대부분 거치지 않고, 검찰 조직내 세부 인력배치안은 대부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실정이다.

법안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에 비춰 볼 때 입법예고 여부에 대한 보다 명료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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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