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셧다운에 촬영중단…방송가 터질 게 터졌다(종합2보)

다수 인원 오가 집단감염 취약…"현장 방역 미흡한 실정"
방송팀 = 영화계나 가요계에 비해 그래도 일상을 유지해오는 듯했던 방송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재확산에 결국 직격탄을 맞았다. 취재 기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송사 전체가 '셧다운' 되는가 하면 촬영 현장에서도 배우와 스태프가 감염돼 촬영이 전면 중단되는 등 하루이틀 사이 방송가에 급격하게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CBS는 지난 18일 라디오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김현정의 뉴스쇼' 녹음에 함께한 기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그와 한 공간에 있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와 김현정 앵커는 물론 기자, PD, 스태프가 즉각 격리 조치됐다.

이후 이 후보는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나머지 관계자들의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CBS는 사옥을 봉쇄하고 전 직원을 재택 근무하게 하는 동시에 라디오는 온종일 음악 방송으로 대체했다. 19일에는 KBS 2TV 월화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 단역배우 서성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촬영이 전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배우와 같은 현장에 있었던 PD와 스태프는 모두 자가 격리하며 검사를 받고 있다.

황정음 등 주연 배우들은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고 드라마 측은 설명했다. 드라마는 다음 주 종영을 앞두고 결방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BS 1TV 프로그램 'K-POP 한국어'에서도 외부 출연자 1명이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외주 PD 1명, 또 다른 출연자 1명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해 EBS는 현장 방역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 문제로 드라마 촬영이 중단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앞선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방송사는 특히 집단 감염에 취약한 구조다.

이날 오전에는 MBC 차량 운전기사의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아 운전기사를 비롯해 영상기자들이 검사를 받았다.

운전기사가 있던 공간은 방역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KBS 기자가 전광훈 목사 재판을 취재한 후 그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사실이 확인돼 검사를 받고 해당 기자가 이용한 대검찰청과 대법원 기자실이 하루 동안 폐쇄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 기자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밖에도 지난 15일 엠넷 예능 '아이랜드' 세트장 청소용역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녹화가 일시 중단됐으며, 지난 3월에는 올리브 예능 '밥블레스유2' PD 1명이 감염돼 CJ ENM 사옥이 임시 폐쇄되고 여러 예능이 잇달아 휴방했다.

라디오든 TV든 다수 인원이 촬영에 참여하고, 다양한 사람이 오가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전염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된다.

취재 기자는 회사와 출입처 기자실, 취재원과의 미팅 장소 등 여러 장소를 오가기 때문에 동선 범위가 넓은 편이다.

드라마와 예능 촬영장에도 최소 수십명의 관계자가 몰리고, 촬영을 하다 보면 마스크를 늘 쓰고 있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라 방송가 코로나19 전파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연이은 감염 소식에 주요 방송사들은 대면 회의를 전면 취소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몇 개월 전부터 촬영장에서 방역이 제대로 안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수차례 들렸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현장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최근 촬영장의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

방역이나 체온 체크 등을 하지만, 언제 확진자가 발생할지 몰라 불안하다"며 "정해진 방송 날짜를 맞춰야 하기에 일정을 미룰 수는 없고 혹여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 결방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태프도 각자 알아서 조심하자는 분위기이지만 촬영장 외에서의 종교 활동, 사교 모임 등은 제약할 수 없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했다.

미디어 행사도 자연스럽게 취소되고 있다.

오는 26일 예정된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개국 기자간담회는 전날 취소 공지를 했다.

배우 라운드인터뷰도 인원을 최소한으로 조정하는 등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 중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취재든 촬영이든 사람이 사람과 접촉해서 이야기를 나눠야 가능한 것이라 참 어려운 문제"라며 "일부 방송사는 대담 프로그램의 경우 토론자를 각각 녹화해 합치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당분간은 최대한 대면을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