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위도 '위태'…하이닉스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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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고정거래가 하락에SK하이닉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0% 가까이 떨어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락 직후인 7만원대 수준으로 밀렸다. 약 4년간 지켜온 시가총액 2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나쁘지 않았던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하반기 들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온 영향이다. 상승 반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국인·기관 매도…이달 10%↓
삼성과 달리 메모리 의존도 높아
美의 화웨이 철퇴에 촉각
메모리 사이클이 꺾인다
SK하이닉스는 19일 3.97% 급락한 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기술을 적용해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주가가 오른 날은 딱 이틀이었다. 그래도 개인들은 SK하이닉스를 샀다. 8월 순매수액만 8106억원이다. 같은 기간 기관(5765억원)과 외국인(4370억원) 순매도 물량을 다 받아갔다. 그동안 크게 오르지 않아 상승 여력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어서다.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메모리 사이클이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7월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5.44% 떨어진 3.13달러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가 하락한 것은 9개월 만이다.
2분기 많이 판매한 게 3분기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205%에 달했다.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돼 물량을 공급받지 못할 상황을 우려한 서버 업체들이 대규모로 사갔다. 하지만 필요한 물량보다 더 사간 서버 업체들이 지금은 제품을 쌓아두고 가격 협상에 나오고 있다.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사가는 측으로 옮겨가자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시황에 민감한 ‘순수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의 또 다른 약점은 순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시황이 나빠지면 주가가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기관투자가들이 정보기술(IT) 섹터에서 SK하이닉스를 팔고 LG전자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D램 점유율 2위(29.6%), 낸드 점유율 5위(10.4%)에 올라 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를 잇는 독보적인 2등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나 기술적 차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1위일 뿐 아니라 비메모리 시장의 강자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2위도 위협받아
시가총액 2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19일 3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53조5000억원)와의 격차는 1조원 정도로 좁혀졌다. 4위인 네이버(51조7000억원)와 5위인 LG화학(48조2000억원)도 무서운 속도로 SK하이닉스를 추격 중이다.시총 2위 자리는 상징성이 있다.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주도주가 시총 2위 자리를 차지하고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주도주가 되면서 현대자동차는 2011년 포스코를 넘어서 2위에 올랐고,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SK하이닉스가 2017년 현대차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곧 2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온다.언제 상승 반전할까
SK하이닉스가 상승 반전하는 시점에 대해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약세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하락의 깊이와 폭이 예상보다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다만 고객사들이 재고를 소진하고 나면 이르면 내년 2분기 다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도 크다. 반도체 업체들도 시설투자 속도를 늦추면서 가격 하락을 방어할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에는 인텔의 서버용 신규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되면서 서버 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스마트폰 업체들도 올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