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로 코로나 진단…후진국 도울 'K인공지능' [넥스트K]

[넥스트K 34회] K인공지능 딥노이드

▽부산대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원격의료 개발
▽국내 20여개 대학병원서 '딥파이' 이용
▽국내 AI인공지능 진단시장 '1위'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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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한 대형병원. 코로나 의심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열이 있지만, 별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 간호사는 환자를 엑스레이를 찍는 곳으로 데려간다. 담당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딥파이를 통해 한국으로 보낸 뒤 해당 환자가 코로나 확진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올해 11월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볼 수 있을 풍경이다. 현지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여부를 가리는 데 이용할 딥파이는 한국 기업이 만든 기술이다. 딥파이는 의료 인공지능(AI) 플랫폼 전문기업 딥노이드가 제공하는 의료 AI 연구 플랫폼이다. 따로 코딩 없이도 의사가 인공지능 솔루션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연구 결과도 바로 제품화(임상 적용)할 수 있다. 현재 딥노이드는 부산대학교와 손잡고 엑스레이를 통해 코로나19를 진단하는 제품을 구축하고 있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선 코로나 진단키트도 따로 없고, (외국 제품의 경우) 가격대도 너무 비싸서 코로나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 관련 인텔이 팬데믹 펀드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우리가 선정돼 인도네시아 원격의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인텔은 코로나 진단과 원격교육 부문에서 아이디어를 낼 기업들을 찾았다. 인텔이 두 기업을 선정해 5000만 달러(한화 약 591억)를 지원하는 사업이었다.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나타났을 때다. 여기에 딥노이드는 엑스레이로 코로나 진단하는 연구를 제안했고, 인텔코리아가 본사에 연락하면서 지원이 확정됐다. 최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문의가 따로 없고, 일반의사가 모든 질병을 치료할 정도로 의료수준이 열악한 편"이라며 "한국에서 제공하는 AI로 진단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는 만큼 의료선진국인 우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로 호주와 몽골 병원과도 협력을 준비 중이다. 그는 "몽골 병원과도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호주 병원은 작년에 우리 회사를 찾아오면서, 질병 진단 관련해서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단으로, 진단만 정확히 한다면 치료도 명확하게 잡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가 딥파이의 활용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코딩 없이 AI로 질병 연구 가능…"딥파이는 진단 전문병원"

딥노이드가 딥파이를 통해 해외 진출까지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AI를 이용자 친화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 연구는 통계 활용에서 벗어나 AI를 이용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의사들이 질병 연구를 하려면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설치 때문에 연구비를 따로 받아야 하고, AI를 이용하기 위해 따로 코딩도 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딥노이드는 인공지능을 코딩 기반으로 하는 대신 모듈 기반으로 구성했다. 최 대표는 "딥파이를 이용할 경우, 따로 코딩을 거치지 않고 바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최대표는 "의사들도 하루 이틀만 배우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높게 해서 만들었다"며 "오지영 연구실장의 공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미 딥파이는 국내 대학병원 20여곳에서 이용하고 있다. 그는 "이미 100여명의 의사들이 딥파이로 연구를 시작했거나 중간 결과를 얻는 단계"라고 했다. 이어 "최근엔 척추신경을 연구해보자고 모인 신경외과 의사들이 회사에 찾아와 사용법을 익히고 갔다"며 "이들은 모인 지 1년이 넘도록 연구에 진척을 내지 못했지만 딥파이를 알고 나선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딥파이를 구현한 모습. (사진 = 딥노이드)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다보면 딥파이가 하나의 종합병원이 되는 셈이다. "병원에 가면 찍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통해 특정 질환을 판독하는 논문을 썼다면, 실제로 딥파이가 해당 질환을 찾아준다"며 "결과가 잘 나오면 임상시험을 통해 제품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나 흉부 척추 전문의들이 딥파이를 이용한 데이터가 쌓인다면, 이게 하나의 진단 전문병원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딥파이를 통해 연구할 경우, 바로 임상에 적용해 제품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딥파이로 AI 모델을 완성한 뒤엔 이를 앱 형태로 인공지능 마켓플레이스인 딥스토어(DEEP:STORE)에 등록할 수 있게 연동돼 있다. 이를 통해 A 병원에서 개발한 제품(진단 방법)을 B 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 간의 의료격차도 줄일 수 있다. 최 대표는 "일반 병원에서도 뇌나 신경전문 병원에서 개발한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며 "서비스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병원에 적용해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병원의 수익으로 이어지게 돼 병원의 재정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딥노이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7개의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최근엔 뇌혈관 질환 AI 기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인 딥뉴로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AI를 이용해 뇌 MRI 영상에서 뇌동맹류로 의심되는 부위를 자동으로 검출해, 정확한 진단을 돕는다.

그는 "8월 중으로는 10개 품목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질병 하나당 하나의 의료기기로 산정되는 만큼, 앞으로 허가 품목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의료AI 생태계 '활성화'

이처럼 딥파이가 빠르게 활성화 될 수 있었던 배경엔 플랫폼 비즈니스가 있다. 그는 "제약회사는 약 하나 잘 만들면 대박이 나지만, 의료기기 업체는 하나 개발했다고 대박이 나지 않는다"며 "해외 의료기기를 만드는 업체들도 회사 밸류에이션(가치)이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딥노이드는 초기엔 파이프라인을 선택했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로 방향을 틀었다. 시간을 단축해 효과적으로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였다. 파이프라인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할 경우, 하나의 질병 진단 개발을 위해 최소 5단계를 거쳐야 한다. △병원에 제안 △병원과 산학협력 의견 조율 △IRB(윤리위원회) 승인 △연구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병원과 산학협력단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과 IRB 승인을 받는 심의 과정에만 보통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국내외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선택한 기업들은 많다. 우버 에어비엔비는 자사 차량이나 호텔 없이 플랫폼을 통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도 자사 콘텐츠가 따로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달의 민족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일정 기간 적자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최 대표는 "카카오톡도 초반엔 적자를 이어갔지만, 2017년 기준 4200만명이 사용하고 최근 시가총액은 32조원을 넘었다"며 "우리도 의료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딥노이드는 딥파이를 운영하고, 병원들 간 중개를 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한다. 그는 "딥노이드는 이러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이용료를 받는 식으로 수익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다만 생태계가 조성될 때까지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토록 제한을 풀어둘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형태로 AI 진단을 구축한 회사는 딥노이드가 유일하다. 그는 "한국은 디지털 혁신이 빠르지만 아직까지 우리처럼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서는 곳이 없다"며 "외국의 경우엔 영리병원이 많은 만큼, AI 진단에 대한 니즈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1위 업체로 입지를 공고히 한 뒤 해외에서 AI인공지능 진단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최우식 대표는 "우리나라가 의료기기나 제약은 뒤쳐지지만 진단 분야에선 앞서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모두 내수에서 1위를 한 뒤 해외로 나가서 잘 된 것처럼, 국내 병원의 확산에 주력해 절대적 1등이 되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