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제강지주, 영국 정부 손잡고 해상풍력발전시장 진출

영국에 해상풍력발전 기초구조물 공장 건설, 연매출 5000억원 예상
이주성 부사장 “해상풍력발전 구조물 세계 1위 될 것”
세아제강지주가 영국 국책과제인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영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풍력발전 기초구조물(모노파일)을 공급한다. 전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해상풍력발전 시장은 2040년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제강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해상풍력발전 구조물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본격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세아제강지주는 지난 19일 서울 세종대로 영국대사관에서 영국 정부와 ‘해상풍력 모노파일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왼쪽), 남형근 세아제강지주 대표(오른쪽)가 양해각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세아제강 제공.

바닷속에 아파트 30~40층 규모 철강기둥

세아제강지주는 지난 19일 서울 세종대로 영국대사관에서 영국 정부와 ‘해상풍력 모노파일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번 MOU를 통해 세아제강지주는 연산 16만t 규모의 모노파일 공장을 영국 현지에 설립하기로 했다. 모노파일 단일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공장 위치는 영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양측은 구체적인 투자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철강 업계에서는 약 3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아제강은 오는 2023년 1분기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연 100개 이상의 모노파일을 판매, 연간 500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영국 연간 모노파일 수요량의 절반 규모에 해당한다.

모노파일이란 쉽게 말해 해상풍력발전의 중심을 잡아주는 강철 기둥이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바닷 속에 아파트 30~40층 높이(60~100m)의 강철 기둥을 박은 뒤, 그위에 선풍기 모양의 블레이드와 터빈을 올리는 방식으로 건설한다. 지름이 200m에 달하는 블레이드를 지탱하면서 거센 파도를 버텨야하기 때문에 내구성과 내식성이 중요하다.

초대형 후판 3~4장을 용접해 제작하는 모노파일은 고도의 용접기술이 필요하다. 영국 정부는 용접기술이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을 물색하다가 한국의 세아제강을 파트너로 낙점했다. 세아제강은 2017년 이후 대만 등 10곳의 프로젝트에 기초구조물을 납품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그림스톤 영국 산업전략부 부장관은 "해상풍력 사업자들과 조기 계약 주선, 최적의 공장 입지 선정, 연구개발(R&D) 사업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주성 부사장 '3세 경영' 본격화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 바닷가는 바람이 강해서 해상풍력발전 수요가 높다.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해상풍력발전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RCG에 따르면 해상풍력 시장은 연평균 13%씩 성장해 2040년에는 1조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세아제강은 영국 공장 설립을 계기로 세계 해상풍력발전 구조물 시장 1위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아제강지주 작년 매출(2조6439억원)에서 해상풍력 관련 매출은 4%(약 1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이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번 영국 프로젝트는 세아그룹의 오너 3세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경영총괄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있다고 판단, 전담 조직을 구성해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해왔다. 이 부사장은 협약식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더욱 전문화해 글로벌 시장의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두 개의 지주사를 세워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주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고(故) 이운형 회장 장남인 이태성 부사장이 특수강 분야를 담당하는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세아특수강)를, 이운형 회장의 동생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 이주성 부사장은 강관 및 판재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세아제강지주(세아제강)를 담당하고 있다. 1978년생인 이주성 부사장과 이태성 부사장은 동갑내기 사촌지간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이주성 부사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