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더 크게 말해요'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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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25시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은 요즘 거의 매주 실무자급 직원 약 20명을 한꺼번에 만난다. 젊은 직원들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다. 회의 이름은 ‘스피크업(speak up)’. ‘더 크게 말하라’는 의미다.
젊은 직원과 주1회 온라인 회의
비대면이라 더 허심탄회한 소통
20일에도 회의가 열렸다. 첨단소재 사업본부 소속 17명이 참여했다.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직원 650여 명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신 부회장은 연말까지 10여 차례 이런 만남을 더 가질 예정이다.스피크업 미팅은 작년 4월 오프라인에서 먼저 시작됐다. 2019년 초 글로벌 기업 3M에서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신 부회장은 직원들 생각이 궁금했다. 전국의 사업장을 다니며 직원들을 만나 소통하려 노력했다. 환경, 안전 등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3M에서도 ‘소통’과 ‘협업’을 늘 강조했던 그였다. 그러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신 부회장은 스피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방식을 온라인으로 바꿨다. “그래서 소통이 되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직원들 얘기를 계속 들으려면 다른 대안이 없었다.
온라인 회의는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비대면이라 더 솔직한 얘기가 나왔다. 지난 5월 한 사원은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해보자고 제안했다. 20대 사원이 40~50대 팀장의 멘토 역할을 하자는 것이었다. “젊은 사원들 생각을 리더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인사평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1년 단위로 하는 평가는 단기 성과에 매몰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평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것도 온라인 회의의 강점이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으로 전남 여수·나주, 경북 김천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LG화학 사업장 직원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 미국, 폴란드, 중국 등 해외 사업장 직원들도 스피크업을 통해 의견을 냈다.신 부회장은 지난 7월 말 연구원들과 한 스피크업 행사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일이 안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상이 열렸고, 이 바뀐 세상에선 먼저 기회를 잡는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