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해외 브랜딩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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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웅 <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이사 swparkyi@sdbiotech.co.kr >얼마 전 신규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했다.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 전에 동일 브랜드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봤는데, 같은 브랜드의 화장품이 이미 타사에서 출시돼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는 국내 상표 등록을 마치고 주요 국가에도 상표 출원 절차를 진행 중인 상태였다. 먼저 브랜드를 출시한 회사는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았기에 연락을 취해 같은 브랜드의 제품 광고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원만히 해결됐다. 돌이켜보면 나도 상표와 관련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도 상표와 관련된 크고 작은 법적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현지 대리점을 두고 수출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거래가 중단됐다. 다른 거래처와 해당 국가로 수출을 추진했는데, 놀랍게도 먼저 거래하던 현지 대리점이 상표 등록을 해놓은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상표를 다시 사올 수밖에 없었다.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상표를 출원하려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초창기 대리점 사장이 개인적으로 상표 출원을 먼저 해놓고 출원인 명의 변경에 대한 거액의 비용을 요구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비슷한 상표를 등록하고 진품과 유사한 짝퉁 상품을 만들어 출시했다. 거래처는 곤혹스러워했고, 소비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해당 국가에 유사 상표가 출원돼 공고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경험과 함께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한 지 10년이 지났고, 40개가 넘는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보니 수출에 관심이 있는 다른 사업자가 내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행착오 경험담을 얘기해 주면서 미리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이젠 해외 시장 개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 등 분쟁 사례가 충분히 쌓여 KOTRA나 특허청에서도 세미나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소비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브랜딩 사업에 상표권 확보가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됐다. 정성을 들여 국내에서 키우고 해외 진출을 하려는 시점에 상표 브로커가 해외 상표를 선점하면 해외 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기업으로선 시간 및 금전적인 손실이 막심하다. 이젠 국내 시장만 보고 상표를 정해선 안 된다. 처음부터 해외에 진출할 큰 그림을 그리고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 해외 상표권 확보는 그중에서 가장 기본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자금 여력이 없어 해외 상표 등록까지 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초기에 호미로 막을 일을 나중에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