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위소득 50%' 통합당 기본소득안, 관건은 복지 구조조정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위원장 윤희숙 의원)가 어제 중위소득 50% 이하의 빈곤층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제 도입안을 공개했다. 정해진 금액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구별로 해당 소득기준에 부족한 금액만큼 현금을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대상은 약 610만 명(328만5000가구), 소요 재정은 연간 약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재원은 기초생활보장(4조3000억원), 기초연금(13조2000억원), 근로장려세제(4조5000억원) 등 비슷한 목적의 지원 제도를 통폐합해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산재된 복지제도를 합치고 중복·누락 없는 단일소득 지원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현재 기초생활보장 생계비 지원 대상이 83만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빈곤 지원 대상이 크게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지금,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존엄성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책무에 속한다. 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특히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소득격차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기본소득 관련 논의의 필요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기본소득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고용·복지예산이 이미 전체 예산의 40%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주는 기본소득은 지속적인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 통합당의 ‘선별 지원’ 방식은 일단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통합당 주장처럼 현금성 복지제도의 전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온갖 수당이나 지원금을 통폐합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수혜자는 물론 관련 제도 입안자까지 모두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저항이 엄청날 것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여당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는 통합당의 구상이 환상에 그칠 수도 있다.

복지 구조조정이 설사 가능하다 해도 이것만으로 기본소득 재원이 충당될지도 의문이다. 이번 구상이 기본소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저소득층 소득지원 개선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통합당은 소위 진보정당들의 전매특허였던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내세웠다. 그런 만큼 당 안팎의 지적과 충고에 귀를 활짝 열고 향후 철저한 검증과 보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