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엉망진창된 영국 대입·학업성취도 평가

시험 취소되자 교육당국이 알고리듬으로 성적 매겨
학생들 반발 확산하자 학교서 평가…이번엔 점수 인플레 문제 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영국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대학 입시 및 중등학교 졸업 시험이 취소되면서 도입한 대체 점수 평가 방식에 잇따라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중등학생들은 이날 중등교육자격검정시험(GCSE) 평가 결과를 받았다.

각 학교에 의해 성적이 매겨진 이번 GCSE 평가 결과 전체의 25.6%가 최고 등급을 받았고, 76%가 '통과'(pass)됐다. 지난해 이 비율이 각각 20.6%와 67%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알고리듬에 의해 산정해 지난주 발표한 A 레벨(level) 결과와 대비된다.

지난주 A 레벨 점수를 받은 학생 중 40%는 자신의 등급이 예상에 비해 한 단계 이상 낮게 나왔다. 특히 사립학교에 비해 공립학교, 특히 낙후된 지역의 학생들이 예상 등급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공정성 논란이 확대되자 영국 정부는 알고리듬이 아닌 각 학교가 다시 A 레벨 점수를 산정하도록 했다.

알고리듬이나 학교에서 산정한 점수 중 하나를 갖고 대입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A 레벨과 GCSE 점수를 둘러싼 혼란은 코로나19 때문이다.

A 레벨은 대입을 앞둔 영국 학생들이 치르는 과목별 시험으로 일종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고, GCSE는 중등학교 졸업시험에 해당한다.

영국에서는 11학년 때 GCSE를 보고 실용 위주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취업을 한다.

또는 12∼13학년 2년간 대학 전공을 염두에 두고 관련 과목을 골라 공부한 뒤 A 레벨을 치를 수도 있다.

명문대로 알려진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의 대학들은 A 레벨과 관련해 필요 과목에서 특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만 입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 모의고사 점수 등을 토대로 중등학교에서 학생에게 수학과 물리, 화학 등 대입에 필요한 과목에 사전에 특정 등급을 부여하면 대학은 이를 수용해 학생에게 조건부로 입학 허가를 내린다.

이어 학생이 진짜 A 레벨 시험에서 특정 등급을 획득해야만 실제 입학으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수학과 물리, 화학 3과목에서 모두 A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하나라도 이에 미달하면 조건부 입학 허가가 취소되는 식이다.

A 레벨 시험은 평소 학생의 실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도록 과목마다 여러 번에 걸쳐 시험을 본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영국의 모든 학교가 3월 중순 이후 휴교에 들어가면서 시험 역시 취소됐다는 점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평가방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 표준화하는 방식의 알고리듬을 도입해 점수를 매겼다.

그러나 알고리듬에 따른 A 레벨 점수 발표 이후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개빈 윌리엄스 교육부 장관은 다시 학교에 평가를 맡기기로 했고, 이날 발표가 예정됐던 GCSE 역시 학교가 평가를 담당했다.
알고리듬에 의한 A 레벨은 지나치게 '짠' 점수, 학교와 지역별 격차 등 공정성으로 인해 문제가 된 반면, 학교가 진행한 GCSE 점수는 '인플레'를 불러오면서 혼란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닉 기브 영국 교육부 부장관은 이날 BBC 방송에 출연, "(평가와 관련한) 모든 단계에서 해결이 필요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브 부장관은 알고리듬 방식이 잠재적인 점수 인플레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공정한 것이었지만 실행과정에서 부정확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예비내각 교육부 장관은 케이트 그린 의원은 "개빈 윌리엄스는 평가 알고리듬의 문제점과 관련해 반복해서 경고를 받아왔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서 "계속되는 무능한 행태는 나라를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